포용의 힘
포용의 힘
  • 김성철
  • 승인 2019.10.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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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용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들임’이다. 이와 비슷하게 번역되는 프랑스어로 ‘톨레랑스(Tolerance)’가 있다.

 이는 타인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 즉 여러 차이에 대해 차별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점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의도적 용인이라는 점에서 무관심이나 포기와는 다르다. 자기와 다른 차이를 받아들이되,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용인하는 성숙한 가치가 톨레랑스이고 포용인 것이다.

 정현천이 쓴 <포용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1억6000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 온 공룡이나, 분열된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지만 결국 멸망한 진나라, 그린란드에서 500년간 문명을 만들고 생존했던 바이킹 등 이들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포용의 부재’로 꼽았다.

 생명체건 집단이건 기업이건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서서히 혹은 급격히 몰락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세계 3대 시멘트 제조기업 중 하나인 멕시코의 ‘시멕스(Cemex)’는 90년대 중반에 몰아친 경제 위기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해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도시의 가난한 근로자층이었는데, 이들의 주거지는 3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 온 가족이 살면서 커튼으로 구획을 나눠 사용하는 등 집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멕스는 ‘시멘트는 새로운 희망과 꿈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기치 아래 저소득층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오늘을 위한 기금(Patrimonio Hoy)’이라 이름 붙인 이 모델은 매주 또는 월 2회씩 일정한 금액을 적립한다. 방을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 100에서 20정도가 모이면 시멘트 포대를 보내주고 나머지 80은 할부로 갚는다. 당시 멕시코의 인플레는 연 7%였는데 시멕스의 마이크로 파이낸싱은 이런 인플레 리스크를 떠안은 것이다.

 시멘트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해 중간 마진이 빠졌고 기존 건축 비용보다 30% 정도 싼 금액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시멕스가 제공한 마이크로 파이낸스 금액은 3억 달러 수준에 회수율은 99%에 달했으며, 2018년까지 50만가구, 250만명이 혜택을 받았다.

 시멕스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하루 10시간씩 1년 동안 꼬박 고객의 곁을 지켰고, 시장 니즈를 확인 후 본격적으로 시장을 만들었다. 1998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2004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주변국에서 동일한 사업 모델 확장으로 오늘날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흔히들 저소득층은 도움의 대상일 뿐 비즈니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포용적 금융도 마찬가지다. 저신용, 저소득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이자 부담 완화, 장기 연체자 재기지원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 바로 포용적 금융이다.

 전북은행의 포용적 금융 또한 선언적 구호가 아닌 금융 소외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민 금융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다. 신용 8등급까지 금융 지원을 확대하며 부채관리서비스(Debt Management Service)를 통한 신용등급 관리를 통해 2019년 5월말 현재 6등급 이하 하위 등급에서 KCB 신용등급 변동률은 52%, NICE 신용등급 변동률 50%가 상승하며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어려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중서민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문턱 낮은 은행, 곧 상생 경영을 실천한 결과다.

 포용의 힘은 이처럼 놀랍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진정성 있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은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할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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