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의 정비, 서둘러라
법과 제도의 정비, 서둘러라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10.03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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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래 온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자녀의 대학입시와 관련된 의혹은 우리의 대학입시제도와 학교 교육에 대한 반성과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 의혹의 진위 여부에 대하여 다양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바, 필자가 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만으로는 수험생의 수학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후 고등학교의 입시지도에는 점수 위주의 진학지도에서 스펙관리가 추가된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소위 명문대학들이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 작성에 안간힘을 썼다. 자연스럽게 이를 대필해 주는 전문 업자들이 나타났다. 2011년의 학생부종합전형은 학부모들의 노골적 관여를 크게 확산시켰다.

대학으로서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고육책이었겠지만,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을 퇴행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 등에서는 다양한 밤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반학교와 차별화된 스펙관리가 이루어졌고, 이것은 명문대학 입시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 반면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일반고나 농산어촌 학교에서는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언제나 고등학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외쳤지만, 이런 대학입시 제도와 맞물리면서 그것은 늘 공염불로 그쳤다.

지금도 교육계 일각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학입시에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에 관한 것이다. 즉,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조부의 경제력이 갖춰져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각박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 만큼 학교에서는 스펙관리가 더욱 강조되었다. 일회성 행사에 참여하고서도 그 기록은 늘 장황하게 늘어났다. 인턴이나 봉사활동, 논문 쓰기가 수험생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런 기록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나선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연고를 쫓아 대학이나 봉사활동 기관을 찾아가서 이름만 그럴듯한 봉사활동증명서, 인턴활동 증명서 등을 받아냈다. 학교에서는 가짜인 줄 알면서 기록해 줄 수밖에 없었다. 수험생을 둔 대학교수들은 서로 품앗이하듯 그들 자녀들의 이름을 그들의 논문에 올렸다. 학생의 처지와 능력으로서는 채울 수 없는 기록들이 돈 있고 지위 높은 부모들에 의해서 더해졌다.

최근 조국 장관과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대표 자녀들의 입시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런 문제가 정치 쟁점화 되면서 국회의원 자녀들의 대학입시 전수조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들이 누구인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설사 일어난다 해도 결코 놀란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부모라도 그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잘못된 제도였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조금만 관련되어도 크게 과장하여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필자도 제자들의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많은 부풀리기를 했고 때로는 없는 사실도 있는 것처럼 과장했다. 당시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교사로서 내 본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결코 잘한 일은 아니다. 이렇듯 잘못된 제도 아래에서는 파행과 편법이 아무 죄의식 없이 마구 일어날 수 있다. 어찌 조국이나 나경원만의 문제겠는가. 자식의 진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범할 수 있는 잘못이다. 전수조사 운운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이내 잦아들 것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것이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잘못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학입시에서 승자가 되었든 패자가 되었든 우리 모두는 제도의 피해자이면서 또한 가해자이다. 그래서 교육부에게 요구한다. 이젠 제대로 된 입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학교생활기록부를 30페이지 이상 쓰게 하는 현실은 부정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무울 송일섭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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