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수묵정신을 찾겠다”는 전북도립미술관의 특별전, 뚜껑 열어보니…
“전북의 수묵정신을 찾겠다”는 전북도립미술관의 특별전, 뚜껑 열어보니…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0.01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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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수묵정신 특별전\' 전통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 설명을 읽지 못하고 작품을 관람했다 이휘빈기자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이 당초 예정보다 한 달여 늦게 선뵌 ‘수묵정신 특별전’이 부실한 전시기획과 준비로 공립미술관으로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김은영 관장이 취임 후 직접 나서 자문위원까지 꾸리며 기획한 전시였으나 갈피를 못 잡는 주제, 작품 선별의 과정의 부실함, 통일성 없는 디스플레이등 전시 기획의 전 과정이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일 오후 4시 전북도립미술관은 ‘수묵정신 특별전’ 개막식을 개최했다. 12월 1일까지 계속되는 ‘수묵정신 특별전’은 ‘추상’, ‘전통’, ‘현실’, ‘실험’의 네 주제로 분류해 16명의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북의 전통 서화로부터 현대수묵운동과 최근의 실험적 양식을 끌어온 대표적 작가의 작품을 펼쳐내 수묵화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것이 이번 특별전 기획의 취지다.막상 전시가 시작된 후에는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통관’에서는 이삼만, 황욱, 이정직, 송성룡 등 옛 작가의 작품들의 전시에서 형광 연두색 뒷배경의 높이 자체가 작품의 크기와 맞지 않아 어색하게 걸려있고, 작품의 사이가 협소해 공간의 활용에 문제점이 불거졌다.

 관람 편의성에서도 최악이었다. 전시장을 찾은 박모(68)씨는 “전시를 설명하는 종이(리플렛)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한시를 설명한 부분이 너무 작아서 읽을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관 활용과 편의성 부분은 어쩌면 작은 문제일 수 있으나 이번 특별전이 기획된 전 과정을 두고 미술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찌감치 불거진 점을 보면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달 27일 도립미술관 수묵정신 특별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김은영 관장의 말은 오활했다. 김 관장은 수묵정신 특별전에서 ‘수묵정신’에 대해 묻자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문위원의 자격으로 참여한 김호석 작가는 “수묵정신은 서울과 관계가 깊던 전남과 달리 이 고장의 절차탁마와 대기만성이 빚어낸 세계”이라고 말했고, 이철량 작가는 “음양의 도와 그 속에서 이어지는 깊은 탐구정신과 성찰해나가는 과정”라고 말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2차례의 자문위원을 가졌던 이들조차 전시 개막을 코앞에 두고서는 ‘수묵정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배포됐던 문건에는 “수묵정신은 현대 한국화의 개혁적 혁신 운동의 뿌리가 제도교육의 한계 속에서 성장한 수묵화 2세대(남천 송수남 선생)의 생존과 패권에서 나온 것임을 반성하고 새로운 전망을 흡수하려는 생각”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었으나 전시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이러한 기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욱이 각 부분마다 전북작가를 배치한다고 기획의도에서 설명했지만 전통 부분에 4명의 옛 작가(송성용, 이삼만, 황욱, 이정직)를 제외하더라도 홍성 출신 이응노, 충주출신 장우성, 대구 출신 김호득, 대구 출신 서세욱, 함경남도 출신 권영우, 담양 출신 이이남 등이 선정됐는데, 전시장의 전반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유명 작가들의 작품만 모아다가 걸어놓은 수준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제가 뚜렷하지 않으니 작가 선정에도 의구심의 눈길이 끊이지 않는 것.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다. 사실상 이번 전시를 도립미술관측에 제안하고 자문위원에 참여한 김호석, 이철량 작가가 작품을 출품하고, 작가 선정까지 관여해 ‘심판이 선수까지 뛰었다’는 비난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학예연구팀은 이번 전시에 말 그대로 행정적인 부분만 지원하는데 그치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이 같은 도립미술관의 상황을 두고 김은영 관장과 학예연구팀 사이의 불편한 동거에 대한 미술계의 시선이 계속 쏠리고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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