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축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소리를 들어라 ‘만세배 더늠전’
[소리축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소리를 들어라 ‘만세배 더늠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10.01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찰진 소리가 온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주인공인 우리네 판. 그 판소리 다섯바탕을 우리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한 동시대의 예술로서의 종합선물세트같은 공연이 ‘제18회 전주세계소리축제’현장에서 펼쳐진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은 한국 근대사에 변곡점이 된 사건을 재조명하는 창극 ‘만세배 더늠전’을 2일 오후 5시와 3일 오후 3시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단장 조통달)이 ‘제52회 정기공연’이자 소리축제 초청작으로 준비한 창극이다.

 도립국악원이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광복 74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를 맞아 준비한 공연이기는 하지만, ‘만세배 더늠전’에는 우국충정의 열사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제의 억압을 온전히 받아내며 속 시원하게 울분을 터놓을 수 없었던 보통사람들이 등장하기에 감정이입이 그만이다.

 무대 위에는 회전하는 만세배가 등장한다. 그 위에 승선한 인물들은 다양하다. 소작농, 미선공, 매갈이꾼, 징용노동자, 뱃사람, 가수지망생, 소리꾼, 징병군인까지 고난의 시기에 더 큰 아픔을 겪어야 했던 민초들이다.

 등장인물들은 해방의 의지를 담은 이 만세배를 타고, 우리 산천과 현해탄 넘어 일본까지 유람하며 힘들고 고생스럽게 살았던 우리네 삶을 다양한 소리와 해학으로 담는다.

 이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전라북도의 역사적 사건들과 교차시키는 점도 인상적이다. 핍박에 시달리며 일해야 했던 군산 미선공들의 파업, 옥구평야의 이엽사농장 소작쟁이들의 농민항쟁, 일제가 미곡수탈을 위해 건설한 전군가도, 젊은시절 강제징용을 당해야만 했던 이종린 귀국기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곡 차곡 써내려가는 방식이다.

 특히 일제 치하 전라북도에 있었던 실제 사건들에 유명한 눈대목을 더해 더늠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창극단 단원들의 진하고 농익은 성음과 절제된 춤사위가 만나 정점을 이루며, 이에 더해진 30인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수성가락은 객석을 파고들기 충분해 보인다.

 이태근 원장은 “전라북도립국악원은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고 여기에 역사성을 더하여 지나온 시간의 깊이만큼 새로운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아갈 것이다”면서 “참된 자유와 행복을 도모하는 길은 조국을 광복시키는 길 밖에는 없다고 외치던 민초들을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