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묻는 그대에게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묻는 그대에게
  • 최재용
  • 승인 2019.10.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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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해왔던 모든 것이 없었던 것으로 부정되니 허망하기도 하다. 뭐라 얘기해도 그 이야기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없어지고, 밖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얘기들이 본주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가칭 농민공익수당을 두고 하는 얘기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인 2018년 7월 전라북도 삼락농정위원회는 우리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고 살려나갈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삼락농정위원회 차원에서 TF를 구성했다. TF는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전북연합회, 전북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전북대학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북연구원, 지역농업연구원, 그리고 전라북도 담당 팀장까지 이렇게 8명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이들은 치열하게 논의했다. 지금 얘기하는 가칭 농민공익수당이 왜 필요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고, 또 어떻게 이 사업을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가 주된 주제였다. 가칭 농민공익수당의 사업계획은 그 후 공식적인 TF회의 9회, 권역별 도민 설명회 4회, 도와 시군 실무회의 7회 등 긴 고난과 우역골절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7월 1일, 삼락농정위원회에 참여하는 12개 농민단체 대표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도지사와 14개 시장군수는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그리고 내년 2020년 차질없는 예산 확보를 위해 본 사업을 뒷받침할 조례안이 7월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9월 5일 도의회에 제출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추진된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 혹자는 농가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또 농가소득이 일반인들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을 보전해줄 필요가 있더라고도 여길 것이다. 가칭 농민공익수당이라 불리는 사업명에 따라붙는 ‘수당’이라는 단어가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득 보전이 목적이라면 이것은 ‘직불금’의 문제로 푸는 것이 합리적이다.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도 제1조에서 농업인 등의 소득안정을 위하여 농업소득의 보전을 위한 직접지불제의 시행과 그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농업소득보전직접지불기금의 설치 및 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2018년 기준으로 우리도 농가에 지급된 직불금은 총 2천500억원이 조금 넘는다. 내용을 보면 쌀과 밭직불금 등 국가 직불금이 1천700억원이고, 이와 별도로도 자체 직불금이 133억원, 시군 자체 직불금이 630억원 정도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다. 최근 직불금 개편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정부는 내년 2020년부터 개편되는 직불금을 당장 시행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평균 1조7천억원 규모로 지급되었던 직불금은 내년 예산에 이보다 5천 억원을 늘어난 2조 2천 억원 규모로 편성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사항은 소규모 농지를 소유한 농가를 위해 일정 규모 미만의 농지를 소유한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최소 금액을 지급하는 “공익형 직불제” 시행을 법안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 확정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농가당 최소 10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논쟁이 되는 가칭 ‘농민공익수당’의 본 목적이 단순히 농가 소득 보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논의를 멈추고 정부와 국회의 법률안과 예산안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농업소득의 보전’을 법은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가칭 ‘농민 공익수당’의 본질은 이렇다.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칫 잊고 지낼 수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지역사회가 이해하고 공감하자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농업농촌을 지켜나가는 농업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자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좀 더 확고히 지킬 수 있고, 미래세대도 농업농촌이 주는 공익적 가치의 혜택을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가칭 ‘농민공익수당’으로 불리는 이 사업의 본 사업명은 “전라북도 농업농촌 공익적가치 지원사업”이다. 지금 의회에 제출된 조례안의 명칭도 “전라북도 농업농촌 공익적가치 지원에 관한 조례”로 되어 있다. 본 사업명이 너무 길고 행정적인 언어로 되어 있어, 일반인들의 이해와 전달의 편의를 위해 가칭 ‘농민 공익수당’이라 부르는 것이다.

 사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우리도의 정책적 관심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지난 2년여전 헌법 개정 운동이 한창일 때 우리도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 전문에 명시하자는 요구를 줄기차게 하기도 했다. 그것이 시대적 가치요,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헌법 전문에까지 담고자 열망하였던 것이다.

 가칭 “농민 공익수당”에 대해 최근 제기되고, 언급되는 사항들이 많다. 하지만 농민과 농민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만들어졌다는 말에 분통이 터진다. 이 사업으로 지급되는 돈 몇 푼으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온갖 논쟁과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사업계획을 애틋한 마음으로 매만지면서 가슴 한켠에선 깊은 자괴감이 밀려든다. 우리는 뭐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최재용<전라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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