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 김동수
  • 승인 2019.10.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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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고전『주역(周易)』에서는 ‘미(美)’의 근원을 생기(生氣)에서 찾고 있다. 생기는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본능인데, 이 생기가 사물의 탄생과 생장에 유리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 미의 여신(비너스, 아프로디테)들이 한결같이 다산(多産)의 상징이었던 점도, 아름다움에는 생산(Sex)과 관련된 원초적 본능이 그 안에 내재하여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동양의 고전『주역(周易)』은 이 아름다움[美]이 음양의 조화에서도 온다고 보았다. 일체의 사물은 음과 양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성능을 갖추고 있는데, 이 이질적인 양자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즐거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쾌(快) 와 낙(樂)은 화합(和合)이 남긴 선물이라는 것이다. 음과 양, 모남과 둥글음, 강함과 약함이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우리의 성정이 더욱 아름답고 윤택해진다는 것이다.

 대칭의 미감(美感)에서도 아름다움이 온다고 보았다. 주역 64쾌의 배열 및 구조 모두가 두 개씩 일음일양(一陰一陽) 서로 대치하면서 균형과 역동(逆動)의 미감을 제공하고 있는데, 고대 예술가들은 이러한 쾌상과 형식에서 미적 깨달음을 얻어 그것을 예술 창작에 응용하였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 또는 중국 고대의 건축이나 도안에서도 이 같은 대칭미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미(美)의 종결은 신비롭고 영묘한 기품(氣稟), 곧 아우라(aura)에서 온다.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는 신묘하고 고고한 분위기 혹은 그 어떤 영적 기운(靈氣)에서 오는 후광(後光)같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우라의 개념은 칸트의 ‘미의 무목적성의 목적(purpose without purpose)’과도 맥이 닿아 있다.

 독일의 벤야민은 ‘원래 예술이 신(神)을 예배하고 숭배하는 종교적 제식(祭式)에서 출발하였기에, 예술작품 속에는 이러한 신성이 상징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에 진정한 아름다움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영적 아우라가 있다는 것이다.

 송나라 때 엄우(嚴羽)가 시의 극치는 입신(入神)의 경지라고 말한 그의 묘오론(妙悟論)도 그것이다. 엄우가 말한 ‘묘오론’이란, 시(詩)의 세계를 천기(天機)의 조화를 얻는 심오한 경지로 보고, 시인의 영감이 신묘한 시적 표현을 이루게 되면 그 표현은 탈속, 망아, 선정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美)에도 -관점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미적’ 아름다움이 있다. 그림, 조각 등과 같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각적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다음은 ‘도덕적’ 아름다움인데, 남에게 베풀고 배려하는 착한 행동에서 오는 정신적 아름다움이다. 셋째는 ‘창조적’ 아름다움인데, 이는 무언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 때 거기에서 오는 자율적 창조의 성취미이다.

 또 다른 분류는 고전적 형식미(形式美)와 낭만적 창조미(創造美) 그리고 심미적 고양미(高揚美)가 있다. 질서와 조화에서 오는 형식적 안정의 고전미와, 고전적 형식과 내용을 낯설게 표현하는 데서 오는 설레임의 창조미 그리고 현실의 고난 등을 가치 지향적 세계로 극복해 가는 정신적 고양미가 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또 그것을 지각하는 사람에 따라, 곧 미(美)의 기준이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통일과 균형 속에서 질서를, 열망적 전망(perspective vision)속에서 자유를 지향하며, 이 둘의 화해 속에서 또 다른 만족과 평안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규칙적인 반복을 통한 안정 욕구, 안정된 상태로부터의 일탈, 그것을 뛰어넘어 또 하나의 전일성(全一性)을 꿈꾸는 생명적 욕구에 의해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달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 생기와 활력을 되찾게 해 주는 이러한 ‘아름다움(美)’을 누구인들 갖고 싶지 않겠는가?

 김동수<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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