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새로운 책임, 그리고 새로운 상징
완주의 새로운 책임, 그리고 새로운 상징
  • 황태규
  • 승인 2019.09.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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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립전주박물관에서‘오로지 오롯한 고을, 완주’특별전을 관람했다. 초기 철기시대부터 고려 초까지의 완주문화재를 총 3부로 구성하여 전시했는데, 완주의 정체성과 완주인의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놀라운 사실은 한반도의 금속시대가 완주에서 태동했다는 것이다. 완주에서 출토된 금속재 유물은 지금으로부터 2100여 년 전의 것이니, 우리 땅에 금속문화가 찬란하게 꽃피던 그 시절이고, 그 문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완주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완주(完州)의 나이는 비록 85살에 불과하다. 1935년에 전주군 전주읍이 전주부로 승격되고, 나머지 지역이 완주군으로 개칭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완주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짧지 않다. 대서사시처럼 장대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사실을 특별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철기시대에 한반도를 호령했던 곳도, 최첨단 금속기술의 중심지도 완주였다.

 우리나라 역사 한 부분의 중심을 차지해온 완주의 명성은 지금도 변색되지 않았다. 완주가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여 정체성을 유지하는 반면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온 덕분이다. 완주는 오래전부터 한국 지역정책의 새로운 보고로 통한다. 지난 2년 동안 해도 대통령상과 국무총리표창 등 80여 차례의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완주를 벤치마킹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완주군은 소비시장을 인근에 둔 도농 복합도시의 특성을 살려 소득과 삶의 질이 높은 15만 자족도시의 기틀을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있다. 통계로 보면 완주군의 위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전북지역 전체 기업종업원수의 21%, 기업매출액의 21%, 수출액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완주는 전북의 산업을 책임지는 대표지역이 된 것이다. 지역경제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지역총생산(GRDP)만 놓고 보면, 1인당 GRDP는 4775만 원(2015년 기준)으로 전북 평균(2441만원)보다 무려 두 배나 높다. 완주에서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전북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날 한반도의 금속문화가 완주에서 태동했다면 지금은 로컬푸드의 고향이자 전북경제의 중심지로서 우뚝 서 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랜드마크가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그 나라를 홍보하기 위해 큰 건물이나 유명한 문화재를 내세우고 있고, 지역도 그 지역을 식별하고 홍보하기 위한 기념탑이나 건물 등의 상징물이 있기 마련인데 완주에는 랜드마크라고 할만한 대표적인 상징물이 없다.

 영국 런던의 타워브릿지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등 매력적인 랜드마크 외에도 국력 과시와 경제효과 등을 위해 세계 각국은 앞 다투어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중이다. 랜드마크가 필요한 이유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에 필요한 퓨처마크의 기능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만약 만경강 생태의 중심지이자 문화예술의 고도(古都)인 삼례지역에 한반도 금속문화 태동지의 역사성을 갖춘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면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전주의 한옥마을, 군산의 근대역사 문화거리 등과 연계한 관광벨트 구축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완주군의 각종 문화·역사적 자원과 삼례의 근대문화 유산을 연계하고, 한편으로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체험 시설로 조성할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가 막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10만 군민의 소득 향상 등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방과 융합의 시대, 완주군이 완주군에게 주어진 전북의 산업과 문화를 대표하는 책임을 안고, 전북의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려면 역사성과 상징성, 차별성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과 상징물의 검토가 필요하다. 더 크고 더 강한 도시, 세계로 나아가는 지역을 꿈꾸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경쟁력 있는 랜드마크가 꼭 필요하다.

   황태규 우석대 교수(호텔항공관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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