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옛말, 전북지역 가족 붕괴 ‘빨간불’
‘피는 물보다 진하다’ 옛말, 전북지역 가족 붕괴 ‘빨간불’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9.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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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옛말이 무색할 만큼 최근 전북지역에도 부모나 친족 등을 대상으로 한 존속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존속 대상 범죄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지만 이를 가족 간의 사소한 다툼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인식이 만연돼 있어 존속 범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 동안 도내에서 존속 대상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37명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50명, 2015년 37명, 2016년 54명, 2017년 41명, 2018년 55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존속 범죄의 특성상 실제 신고되지 않는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내 존속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존속 폭행이 149명(62.9%)으로 가장 많았고 존속 상해가 55명(23.2%), 존속 살해가 16명(6.8%), 존속 협박 9명(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존속 폭행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 2014년 28건에서 2016년 29건, 2017년 32건, 2018년 35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군산에서는 요양병원 입원 문제로 치매에 걸린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80대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고 앞서 지난 2월 익산에서는 자신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4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존속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내 존속 범죄 발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가족 관계 내에 잠재된 갈등, 취약한 환경, 경기침체 등으로 골이 깊어지면서 가족간 폭행이나 그 외의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있다.

 또한 가족 사이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거나 애정 결여 등으로 생기는 분노 역시 존속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가족 간 사소한 갈등이 깊어져 존속 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가족 간의 대화나 이해, 사회적인 해결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태경 우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가족들이 서로를 지지해주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또한 적극적인 가족 상담 또는 경찰 의뢰를 통한 조치, 보호 시설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병훈 의원은 “존속 범죄는 사적인 시간과 폐쇄적 공간의 특성이 강하고 범죄의 원인 특정 및 예방이 쉽지 않다”면서 “경찰의 치안 역량 제고와 함께 중요한 것은 국가와 사회시스템을 통한 관리방안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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