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비유환 (16)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비유환 (16)
  • 김재춘
  • 승인 2019.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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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강원도에서 왕자들 추적

 모이길성(毛利吉成)의 제4번대가 6월1일 예정된 점령지 강원도를 향해 한성문을 나섰다.

 4번대는 부산에 상륙하자마자 흑전장정의 3번대 꼬리를 물고 조령(鳥嶺)을 넘어 청주~진천~죽산~용인을 거쳐 5월5일 한성에 들어와 있었다.

 江原道 땅에 들어서 금화(金化), 금성(金城)을 지나고 5월에는 회양(淮陽)에 몰려 들었다.

 회양성에는 부임한지 열흘도 안되는 부사 김연광(金鍊光)이 군사 수백명과 함께 지키고 있었다. 성벽이 낡아 허물어진 곳도 많았고 무기도 부족했다. 급한대로 수리를 하고 있는데 모리길성의 선봉대 4천여명이 성을 에워쌌다. 백병전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김연광의 최후가 왔다.

 전복(戰服)대신 조복(朝服)으로 갈아입고 인수(印綬:임금이 준 관인(官印)을 몸에 차는 끈)를 손에쥔 김연광이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 일본군 병사에 호통을 쳤다.

 "우엄하도다. 어디 함부로 덤비느냐"

 뼈대있는 조선선비의 기개였다. 장렬한 최후를 마치니 그의 나이 69세였다.

 조정은 뒷날 동래부사 송상현, 임진강전투의 유극량과 함께 개성의 숭례사(崇禮祠)에 배형(配亨:사원에 신주를 모심)했다.

 임진강에서 조선군을 대파한 가등청정의 2번대 주력이 개성을 지나고 황해도 금천(金川), 평산(平山)을 거쳐 안성에 이르러 소서행장의 1번대와 헤어졌다.

 1번대는 평안도로 향했고 2번대는 예정된 함경도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2번대는 일대 기동전(機動戰)을 펼쳤다. ’하루 수백리를 달리는데 그 형세가 폭풍우와 같이’(징비록:유성룡) 강원도 이천(伊川)땅을 휩쓸고 황해도 곡산(谷山)에 들어서 함경도와 경계를 이루는 태백산맥 북단의 노리령(老里嶺)을 단숨에 넘어 함경도로 쳐들어 갔다.

 함경감사 유영립(柳永立)이 함흥(咸興) 감영(監營)에서 강원도에 침입한 적이 함경도로 넘어오려면 틀림없이 태백산맥의 연대봉(淵臺峯:1천267m) 기슭 철영(鐵嶺:685m)을 지나리라 판단, 남병사 이혼에 정병 1천명을 주어 지키게 했다. 이혼은 해유령 싸움에서 이긴후 함경도로 돌아와 있었다.

 12일 이혼이 철령에서 내려다보니 적의 선봉대가 골짜기를 가득 메우며 올라오는데 기치와 창검이 하늘을 찔렀다. 겁을 먹은 군사들이 하나 둘씩 도망을 하더니 한꺼번에 흩어져 버렸다.

 일본군은 저항없이 철령을 넘었고 소문이 퍼지자 감사 유영립을 비롯 함경도 군현의 수령들이 다투어 도주하고 백성들도 산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17일 가등청정군과 모리길성군이 함경도 안변부(安邊府)에 집경, 가등청정은 일로 함흥을 향했고, 모리길성은 군사를 되돌려 동해안을 따라 남하, 강원도 삼척, 묵호(墨湖)를 짓밟고 경상도 영덕(盈德)으로 들어서 예안(禮安)과 녕해(寧海)까지 진격했다.

 일본군 가운데서도 모리길성의 4번대가 가장 잔혹하여 회양부사 김연광의 머리를 나무끝에 매달고 다니며 조선백성들을 닥치는 죽였으며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다.

 함흥에 무혈입성한 가등청정은 여기서 조선의 두 왕자가 북쪽으로 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선조는 한성을 떠나기 전, 4월29일 조정대신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첫째왕자 임해군(臨海君) 진은 영중추부사 김귀영(金貴榮)과 칠계군(漆溪君) 이탁연(李卓然)을 데리고 함경도로, 셋째왕자 순화군(順和君) 보는 장계군(長溪君) 黃정욱 호군(護軍) 황혁(黃赫) 동지중추부사 李기를 데리고 강원도로 가 근왕병을 모집하도록 했다. 순화군이 강원도로 가다가 적이 이미 들어와 았어 임해군과 같이 함경도로 들어갔었다.

 영변에서 선조와 갈라진 왕세자 광해군의 분조(分朝)는 운산(雲山)을 지나 희천(熙川)에 들어가 우의정 유홍과 좌찬성 최황(崔滉)을 만났다. 유홍과 최황은 왕비를 수행하다가 덕천에서 왕비가 선조를 따라 되돌아간 뒤 따로 떨어졌었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3월4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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