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관리는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다
감정관리는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다
  • 채병숙
  • 승인 2019.09.2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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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여러 내적 · 외적 경험에 의한 유쾌한 또는 불쾌한 정서적 지각 즉 감정에 의해서 건강과 삶의 질이 지배를 받는다. 즐거움, 행복감, 평화, 자존감 등 긍정적 감정은 물론 분노, 슬픔, 수치심, 공포, 죄책감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적재적소에 표출될 때, 윤택하고 건강한 삶이 보장된다. 기쁠 때는 호탕한 웃음과 함께 행복감이 충만 되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려서 내면을 정화시키며, 심지어 두려움에도 우리를 미래의 위험인자로부터 지켜주려는 지혜가 담겨있다. 더구나 선의 최고 경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감정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표출됨을 경계하였다. 그래서 철학자나 선각자들은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감정관리를 통해 정신수양을 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였고, 미혹됨이 없는 감정과 마음의 평화를 찾아서 긴 여정을 떠나기도 하였다. 또한 분노심은 공든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에, 화를 다스리는 지혜가 우리 일반인들에게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 현대인들은 부정적 감정의 지배를 받기 쉬운 정서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오히려 감정관리에는 소홀하다. 동양문화권 속에서 감정절제를 미덕으로 여겼고, 풍부한 감정은 연약하거나 교양이 부족한 것으로 취급하였다. 특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를 지님은 승자나 지도자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한 감정표출을 억제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오랫동안 키워오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가정 내에서 어린이를 화나게 하고, 혐오감, 공포감, 시기심, 분노감, 감정노동, 감정방어 등이 비논리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복합적인 사회적 감정 증후군을 앓고 있지는 않는가? 자살률은 그 사회의 감정관리 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데, 통계청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청소년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얼마나 우리 사회가 감정관리 소홀로 건강한 삶이 망가지고 파괴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곳에 참된 길이 있기에, 우리는 건강을 해치는 부정적 감정의 축적에 민감해야 한다. 감정은 어떠한 경험에 의하여 그때그때 일시적으로 필요할 때 작용하며 항상성 유지에 따르는 생리적 반응의 하나이다. 감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적절히 표출해야 한다. 그러나 적절한 감정표출을 억제하거나 부정적 감정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감정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악순환에 의해 생리적 항상성은 잃게 되며 결국 건강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부정적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헤치고 내려놓고 더 내려놓아야 함을 알면서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 어리석음 속에서 살고 있다. 이는 불에 붉게 달구어진 쇠덩어리를 놓지 못하고 고통의 굴레에서 악순환되면서 파멸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결국 악순환 속에서 축적된 부정적 감정이 관리되지 않아 풍선효과를 보이면서, 우리는 건강을 담보로 한 감정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감정관리는 개인건강은 물론 건강한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결국 자신 안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으라고 한다. 남탓이 아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나의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기에 그 욕심의 기대감을 낮출 때,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존감을 높여 나갈 때, 타인의 과실을 용서할 때 나의 과실도 용서받을 수 있음을 알고 행할 때, 그리고 부정적 감정이 누적되어 나올 수 있는 죄의식의 올바른 이해 등을 통하여 부정적 감정이 더 이상 동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대간 또는 문화환경 차이로 인한 가치관의 장벽을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역지사지를 통하여 사회적 감정의 격차를 좁혀가야 한다. 비로소 자가치유력이 공명을 일으켜서 쌓인 감정의 노폐물은 토해지고 정화되며 건강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객관적 관찰자가 되어 나의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상태를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알아차림은 부정적 감정이 동요되지 않도록 하며, 그에 따라 몸과 마음은 평온해지고 이완된다. 따라서 같은 부정적 정서의 경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알아차림을 통하여 부정적 정서로 지각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인 알아차림을 통해 부정적 감정의 축적과 만성적 스트레스 유해효과를 차단한다면, 결국 암, 퇴행성신경질환, 자가면역질환, 그리고 심혈관계질환과 같은 스트레스성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성은 줄어들 것이다.

 감정관리를 통하여 보다 건강한 삶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채병숙<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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