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이 나라사랑의 시작이다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이 나라사랑의 시작이다
  • 최규명
  • 승인 2019.09.25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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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은 금실이 좋으셔서 잉꼬부부라는 말을 자주 들으시겠어요.”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말 중의 하나다. 하지만 ‘잉꼬’는 앵무새를 일컫는 일본식 표현이며 ‘원앙부부’가 맞는 표현이다. 이외에도 ‘빠루(bar, 배척)’, ‘곤색(군청색)’, ‘척사(윷놀이)’, ‘나시(민소매)’와 같은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난 8월2일 일본이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2018년 10월)을 이유로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반일정서는 그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모양새지만 유독 우리말에 섞여있는 일본식 표현을 솎아내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은 한·일 관계의 좋고 나쁨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이며 나라사랑의 시작이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25년 곧 서기 1443년에 완성하여 3년 동안의 시험 기간을 거쳐 세종 28년인 서기 1446년에 세상에 반포되었다. 한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주도하여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인데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가 없다. 한글만큼 우수한 문자가 또 없다는 것을 세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한글이 오늘과 같이 확실하게 우리 글자로 자리를 잡기 전, 광복 직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부끄러울 정도로 문맹률이 극히 높았다. 한자 또는 한문은 배우기가 어려워서 보편화하지 못했고, 한글은 배우기가 쉬웠으나 한글을 아는 것으로는 밖에 나가 행세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가르치지를 않아서 아는 사람이 적었던 까닭이다. 글을 모르고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고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활의 향상, 문화의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여러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고루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러 일정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한글이라는 글자가 있어 동력원이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민들의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서 ‘공공언어’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공공언어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말과 글’로서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좁은 의미의 공공언어로서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말하고 둘째, 넓은 의미의 공공 언어로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말한다. 따라서 방송에서 사용하는 자막 등의 언어도 공공언어이며, 기관의 누리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공지사항의 글도 공공언어로서의 기능을 한다. 또한, 불특정 다수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인 현수막이나 간판도 공공언어로서 그 기능을 한다. 공공언어에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말과 글’ 이라는 정의도 포함되는데, 그렇다면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 Service: 약칭 SNS) 형태의 개인 누리집, 블로그, 댓글 등도 충분히 공공언어로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국어 정책 수립은 물론 국어의 정비, 국어 사용 개선,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 등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어기본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하도록 ‘국어책임관’을 지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높이고 국어 관련 상담 등을 수행하기 위해 국어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어문화원’이 지정되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매년 연수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건축·토목 분야에서는 ‘구배(기울기)’, ‘법면(경사면)’, ‘와꾸(틀)’등 일제강점기부터 써 온 용어를 지금도 예사롭게 사용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표어로 등장한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와 더불어 ‘(일본말을)쓰지 않겠습니다.’를 넣어 이번 기회에 뿌리깊은 일본식 용어를 순화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사무에 관한 위탁집행형 공공기관으로서 전 직원들의 ‘공공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문서 작성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립국어원과 국어생활연구원에 지속적인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작성되는 글은 특정 집단이나 기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닌 의무교육을 받은 일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고, 올바른 언어로 작성되어야 한다. 어려운 정책 용어를 개선할 때 절감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쉽고, 바른 공공언어’ 사용에 우리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최규명 LX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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