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의 수목원 이주기
가시연의 수목원 이주기
  • 소재현
  • 승인 2019.09.25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수목원 [식물별곡] <9>
<가시연의 수목원 이주기(移住記)>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일이지만 전주 신시가지를 조성할 당시 주요 도로인 이서선(마전교~효자공원묘지) 공사의 도로계획선에 양산제라는 저수지가 있었다. 일반적인 저수지야 매립하고 공사를 하면 되겠지만 이곳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 가시연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와 같은 경우 당연히 이곳을 우회하여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시와 건설업체 측에서는 수많은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노선을 변경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해 봄부터 여러 전문가와 교수들을 중심으로 대책 회의를 했지만 이식을 해야 한다는 의견만 나올뿐 가을이 되어서까지도 뚜렷한 이주방안이 없었다고 했다.

  이때 수목원을 잘 아는 교수 한분이 필자를 추천했고, 시청관계자와 공사감리자 등으로 구성된 대책반이 찾아와서 가시연을 어떻게 이식해야 하는지 의견을 구했다. 라이프사이클이 1년인 식물을 이식한다고? 더구나 가을이면 열매 맺고 사그라드러 고사하는 시기인데! 참으로 우문이다.

  일년생 식물은 씨앗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씨드 뱅크(seed bank)인 양산제의 토양을 우리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으로 보내달라고 했고, 마침 수생식물원을 조성하고 있었던 초기라 25톤 덤프 20여대 분량의 토양이 두 곳의 수생식물원으로 옮겨왔다.

  가시연의 씨앗은 수명이 매우 길어 몇 백 년까지도 생존하는지라 이정도 씨앗이 포함된 토양은 보배와 같다는 생각과 멸종위기 식물인 가시연을 보전하기 위한 일념으로 그 이듬해부터 가시연이 발아하기 좋은 조건인 담수상태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물이 햇볕에 데워져 발아하는 높이인 수면 10~20Cm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마침내 발아에 성공했고, 자칫 사라져버릴 뻔했던 가시연은 현재까지도 전주수목원에서 매년 꽃을 피우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가시연은 세계적으로 1속1종만이 존재하는 희귀식물로 더위가 끝날 무렵인 9월에 가시가 돋은 커다란 잎 사이로 밤송이처럼 생긴 꽃봉오리에서 자주색 꽃을 피운다. 꽃이 피고 수정된 꽃봉오리에 곧바로 열매가 결실되는데, 콩알만 한 크기의 씨앗이 봉오리당 80~100개정도 들어있다.

  검실(?實)로 통하는 가시연의 종자를 한방에서는 강장, 건위, 주독, 지혈 등에 사용하였고,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는 종자의 전분을 이용하여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가시연은 꽃이 특이하고, 잎이 직경 1~2m정도로 크며 가시가 돋아 있는 특징 때문에 연못에 심어 교육용이나 관상용으로 활용이 가능한 식물이다.

  가시연은 저수지와 소류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이기에 저수지와 소류지가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메워져 사라짐에 따라 가시연도 자연스럽게 사라져가고 있기에 멸종위기식물 2급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끊임없는 개발과정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가시연에 관심을 더하여 보호하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길일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소재현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