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창조아카데미 CVO 제15주차 강의…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특강
비전창조아카데미 CVO 제15주차 강의…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특강
  • 김장천 기자
  • 승인 2019.09.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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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원장 CVO 강의
유종일 원장 CVO 강의

 “경제는 ‘우울한 과학’이란 말이 있습니다. 경제를 생각하면, 기쁘다는 느낌보다는 상황이 안 좋다는 느낌을 더욱 더 많이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를 진단해보면 이 느낌은 뚜렷해집니다. 앞으로의 경제를 볼 수 있는 선행지수와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모두 나빠지고 있고, 민간 소비 및 투자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닥을 쳤으니, 이젠 좋아지겠지라는 사인은 보이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어려운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보고,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전북도민일보 2019년도 제4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제15주차 강의가 5일 전북도민일보 6층 대회의실에서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의 ‘확장 재정을 넘어 전환적 뉴딜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유종일 원장은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경제를 먼저 진단했다. 경기동향으로는, 선행지수 및 동행지수는 곤두박질 치고 있고, 민간소비 및 투자도 하향곡선을, 수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서민경제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제했다. 먼저, 고용동향을 보면, 정부 등의 발표로는 소폭 개선되고 있다지만, 이는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경제생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의 고용률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물가도 언급했다. 올 들어 1%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0%를 기록했다. 유 원장은 “물가가 0%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이는 경제 침체기를 의미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소득불평등에 대해서는 최상위 10%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자산불평등 역시 OECD 국가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일본 경제학자의 강의를 들었다”며 “당시 일본 학자는 동경의 땅을 팔면 미국과 캐나다를 다 사고도 남을 정도라며 자산불평들의 심각성을 주지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문제와 함께 노동시간의 불안정, 계층 이동의 불공정 등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진단과 경제상황을 진단한 유 원장은 재정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가 513.5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식어가는 경기를 부양하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확대를 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2020년도 정부예산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슈퍼 예산’이니 ‘초슈퍼 예산’이니 말이 많지만, 향후 3년 동안 매년 50조원씩 재정지출을 확대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정확장과 함께 재정지출의 내용과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그는 “20세기 후반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룬 한국사회이지만 21세기의 새로운 도전 앞에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며 “기존 발전모형이 한계에 부딪혔고, 사회경제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전모형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한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재정투입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확장재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출과 투자 등 민간수요의 감소를 상쇄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확장재정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부채비율은 현재 35.9%인데 반해, 미국은 150%, 일본은 250%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과감한 재정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 좋은 예는 중국과 그리스”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혁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물이 끓고 있는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으면 펄쩍 뛰어나온다. 하지만 적당한 온도의 물에 개구리를 넣고 냄비를 서서히 뜨겁게 데우면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얌전히 죽어간다고 한다. 끔찍한 비유이긴 하나, 한국경제도 과감한 전환을 하지 않으면 비슷한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휴먼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을 모두 포함하는 ‘전환적 뉴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환적 뉴딜’은 ‘지속가능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하며, 휴먼 뉴딜(Human New Deal),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 그린 뉴딜(Green New Deal)로 구성된다. 휴먼 뉴딜은 포용의 가치를, 디지털 뉴딜은 혁신의 가치를, 그린 뉴딜은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중심에 둔다.

 그는 “과감한 재정확대를 통해 ‘전환적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철저한 재정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유사한 방식의 재정사업을 규모만 늘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발전모형의 비가역적인 전환과 재정효율의 획기적인 증대를 통한 잠재성장률의 재고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재정사업 추진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눈앞의 성과만을 노리는 전시성 사업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주춧돌을 놓는 사업을 해야 한다”며 “최대한 민간 활력을 증진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해야 하며, 재정 사업이 시장형성 및 혁신창업을 촉진하도록 하고, 민간의 자라나는 싹을 죽이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9년도 제4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제16주차 강의는 원우기업 탐방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김성주 이사장의 특강으로 진행한다.

 김장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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