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릴레이
삭발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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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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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에 단발령(斷髮令)이 내렸을 때 자살이 속출하는 등 항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애발당(愛髮黨)이라는 지하 결사조직도 생겨났다. 단발에 대한 반란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즉, 몸과 머리털까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집요했기 때문이다. 집안에 품행이 문란한 여인은 머리를 싹둑 깎아 쫓아내는 사형(私刑)의 관례가 있었다.

▼이처럼 삭발은 육체적으로는 살아있어도 정신적으로는 죽은 효과를 상징한 것이다. 죄수들의 삭발도 죄수와 일반인의 식별을 위해서 보다 사형으로 응징적 상징의 뜻에서 시발 된 것이다. 구약성서의 삼손과 델릴라의 사랑 이야기에서 삼손이 머리카락이 잘리면서 괴력(怪力)을 잃었듯이 머리카락을 사람의 생명력 일부로 여겼음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고 있다.

▼ 운동선수들이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험생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곧잘 삭발하는 것들이 곧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터키나 중동지역 사람들은 머리카락 대신 수염을 깎음으로써 극단적인 결단력을 확인한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이 하체 치모(恥毛)까지 깎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삭발이 자유한국당에서 릴레이로 펼쳐지고 있다.

▼ 결기를 보여줬다는 자·타 평가 속에 이뤄진 황교안 대표의 삭발 이후 중진의원에서 원외인사까지 참여해 20여 명이 넘는다는 보도다. 그런데 삭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 내년 총선에 공천용 눈도장 찍기라는 등의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는 보도다. 다만 이런 시각이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가치관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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