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예의 좀 지키며 살라!
제발 예의 좀 지키며 살라!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09.1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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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추석명절에 즈음하여 개봉된 영화 <나쁜 녀석들>이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죄수들을 호송하는 차량이 뜻밖의 사고로 전복되면서 최악의 범죄자들이 대거 탈출해 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비상수단을 강구한다. 즉 수감 중에 있는 범죄자들을 동원하여 그 흉악범들을 검거하는 극비 프로젝트 ‘특수범죄수사과’를 조직하여 가동시킨다. 일명 ‘미친개를 다시 풀자’는 이 프로젝트는 오구탁(김상중)의 기획 아래 진행되는데, 여기에는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과 감성 사기꾼의 대명사 ‘곽노순(김아중)’과 전직형사 ‘고유성(장기용)’이 참여한다. 그들도 나쁜 녀석들인데 더욱 치밀하고 독해지면서 그들보다 더 나쁜 녀석들을 소탕 작전이 시작되면서 이 영화는 박진감이 더해진다. 이는 2014년 OCN에서 제작한 동명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것인데, 나쁜 녀석들에 대한 ‘법’ 없는 검거작전이기에 한 순간도 눈을 떼어놓을 수가 없을 만큼 재미가 넘쳤다.

 

 이와 같이 4인으로 결성된 특수범죄수사과 오구탁 반장은 이들을 잘 지휘하며 ‘더 너쁜 녀석들’을 추적한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이 악당들이 국내에 잠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야쿠자 조직과 연계된 것이 드러난다. 그런데 더 놀랄 일이 있다. 이 사건을 총지휘하는 경찰청의 핵심 간부가 그들과 연계된 것이다. ‘나쁜 녀석들’을 추적하던 오구탁(김상중)반장은 망연자실하고 만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에 분개해면서 오구탁 반장은 경찰청 핵심간부를 향해 일갈한다.

 

 ”제발 예의 좀 지키면서 살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경찰조직을 지휘하는 자가 일본 야쿠자 조직과 야합하여 제 욕망을 채우기에 바쁘고, 또 한쪽에서는 특수범죄수사과를 조직하여 악당을 뒤쫓는 그 이중성에 대한 볼멘소리이다. 경찰청 간부가 조직 내에서는 결연한 모습으로 ‘범죄소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밖에서는 외부의 불온한 세력과 결탁하여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 어찌 영화 속의 이야기뿐일까. 이화 유사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겹쳐지면서 필자의 마음도 복잡해졌다. 입만 열만 법과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자기신의 이해에 따라 이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지도층의 이중성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의 말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을 향한 통렬한 채찍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나만의 억측일까. 지금 상황에서 특정인 한둘을 거론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오래 전에 귀에 익었던 ‘민나도로보데스(모두 도둑놈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1982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거부(巨富)실록> ‘공주갑부 김갑순’ 편에서 나온 말로 당대 우리사회를 회화한 유명한 대사다. 2012년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도 지도층들의 이런 이중성이 여과 없이 그려졌다. 국민 앞에서는 ‘법과 정의’를 외쳤지만, 뒷전에서는 ‘온갖 술수와 야만’으로 그들만의 욕심을 채워갔다.

 

 지금 우리 현실도 여전히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원칙과 공정을 이야기했던 수많은 진보인사들의 그림자 또한 우리가 촛불을 들고 비난했던 그들의 야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로남불’이라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이를 거듭하면서 회화하고 되는 사실을 보면서 국민은 그저 망연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자. 어떤 것이든 자신이 주도해야 정의고, 남이 앞장서면 못마땅하다는 극단적 이분법이 횡행하고 있다. 몇 달 동안 문을 닫고 일을 안 해도 제 계좌에 들어오는 보수에는 일말의 가책도 없다.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먼지가 수북하게 쌓이도록 내버려두고도 어떤 대책도 없다. 걸핏하면 거리로 뛰쳐나가 거리공해를 일으키는 것도 안타깝다. 그것이 국민들에 대한 일말의 예의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아니다.

 

 이제 정치판에서도 국민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 날마다 거친 막말을 쏟아내고 상식을 이반하면서 자기들만 옳다고 주장할 일이 아니다. 대의를 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지만을 고집하는 그 간악함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치판의 ‘나쁜 녀석들’이 하루 빨리 청산되었으면 좋겠다. 조직의 이기주의적, 반인권적 ‘나쁜 관행’도 이제 청산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국민들은 그들이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단호하게 따질 때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다.

 무울 송일섭(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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