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창 소설가 ‘묘법연화(妙法蓮花)’
김한창 소설가 ‘묘법연화(妙法蓮花)’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9.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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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온 김한창 소설가가 다년간 불교에 심취했던 그 흔적을 소설로 남겼다.

 그의 신작 소설집 ‘묘법연화(妙法蓮花·도서출판 바밀리온·1만8,000원)’는 한국불교 수행승들의 만행을 다룬 구도소설이다.

 동양 문명의 정수인 불교를 기초로 삶의 근본을 묻는 구조인데, 만행을 통해 불교에서 일어나는 수행과정과 표제가 말하는 묘법연화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섯 편의 불교소재를 다루면서 동일한 주제설정으로 묘법연화경의 진실세계에 더욱 가깝게 다가간다. 이는 작가 자신의 불가수행 속에서 얻어진 체험의 결실이기도 하다.

 “내게는 딱히 행선지가 마련되어있는 건 아니다. 시커먼 겨울밤에 가까운 산중절간을 찾아가는 것도 결례가 될 게 빤한 일, 인적 끊긴 읍내거리를 떠돌다가 밤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인 상행선열자에 망연히 오르고 본 것이다.”

 작가는 대표작 ‘묘법연화’속 주인공의 독백에는 울림이 있다. 그의 말처럼 목적지는 없다. 그저 서울 행 표만 끊었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우리의 인생길이 아스라히 멀어져만 간다.

 소설가는 대표작인 ‘묘법연화’와 ‘까치 떼 울음소리’등의 작품을 통해 입산의 진정한 의미와 허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립한다. 그러면서 허무는 곧 허무가 아니라 허무라는 비형상은 곧 새롭게 파생되는 또 다른 세계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월락남방금송비’는 일본 고베의 조총련사찰 대승사의 이야기로 실제사건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당시의 심장이 쫄깃해지는 여러 상황들을 보여주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구성된 표현방식이 인상적이다.

 “사람이 부처에게 빌면 부처를 잃고, 조상께 빌면 조상을 잃는다. 가장 진귀한 보물은 네 몸속에 있다. 스스로 구하고자 하면 오히려 잃게 된다.”

 소설 ‘연화’에서 열반을 눈앞에 둔 고령의 일연 비구니종사가 설파한 법문은 찌릿한 송곳과도 같다. 소설 말미에는 그의 열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승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필요가 없으므로 태워 흔적을 없애는 입적의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도, 이승에 남게된 생명의 흔적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독자들의 눈시울은 뜨거워질 터다.

 이처럼 ‘묘법연화’는 불교의 진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로 가득하다. 소설을 통해 불교세계를 파해쳤으며, 수행승들의 만행을 통한 구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선의 세계화와 한국불교의 방향까지도 제시해보인다.

 김한창 작가는 1999년 단편소설 ‘뒷집막내’로 문예사조에서 신인상을 받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시아창작거점 몽골문학레지던스 소설작가로 선정돼 이듬해 몽골울란바타르대학 연구교수로 파견돼 한국문학과 소설을 강의했다.

 몽골에서 집필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작가는 칭기즈칸의 제국 전설의 암각화를 찾아서라는 부제로 장편소설 ‘솔롱고’를 발표했다. 이후 수년 동안 몽골 내 곳곳을 배낭여행으로 답사해 ‘사슴 돌’을 펴냈다. 한-몽 문학교류를 통해 몽골문학을 연구한 결과로 몽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외국인 최초 몽골문학연맹회원 자격으로 몽골문학 90주년 기념에서 공로훈장을 수훈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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