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
  • 이주영
  • 승인 2019.09.18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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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 성현들의 명언 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와 닿는 이야기들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라,” 공자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앎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너 자신의 무지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최근에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공부를 할 때뿐 아니라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때,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나의 사고, 행동,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점차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동서양 성현들의 말씀은 인지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 최근 많이 강조하고 있는 “메타인지”와도 연결이 될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이 개념을 처음 학문적으로 설명했고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이 메타인지라라는 용어를 만들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 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가’라며 생소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메타인지는 사람들이 살면서 알게 모르게, 잘하든 못하든 항상 사용하고 있는 능력이다.

  메타인지는 최근에 교육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관련된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아야 질문이 생기고 이러한 질문이 생겨야 학습이 시작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정확히 알고 있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알아야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학습 과정에도 필수적인 메타인지는 비판적 사고력과 함께 교육에서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할 능력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살면서 새로운 지식을 체득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넓은 의미의 학습에도 메타인지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또한 메타인지 개념을 좀 더 확장해서 보면 자신의 지식에 대한 인지를 넘어서 마음과 행동을 포함한 자신의 여러 모습들에 대한 이해까지 포함한다. “내가 지금 왜 기분이 나빠졌지,” “무엇에 대해 화가 난 걸까,”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등이 메타인지와 관련된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하다 보면 나의 본심과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메타인지 능력은 개인의 학습을 넘어서 심리와 행동,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수많은 논쟁들이 한 달 내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언론은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정치인들의 공방을 지속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분노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법개혁 문제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입시 관련 문제에 세대간 갈등과 계급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각자의 분노를 잠시 멈추고 각자 왜 이렇게 이 문제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유로 어떤 지점을 비판하고 있는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분노와 실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내가 무슨 근거로 판단하고 상대를 비판하고 있는지, 나의 행위가 나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인지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 각자 진정성을 가지고 반추해볼 때 지금의 사태가 소모적인 논쟁이나 일시적 혼란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한단계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국민 개개인의 메타인지 능력이 절실해 보이는 시기이다.
 

 이주영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정부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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