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국! 아, 계급불평등!
아, 조국! 아, 계급불평등!
  • 이정덕
  • 승인 2019.09.1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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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의 청문회는 우리 사회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진보, 보수라는 정치이념과 관계없이 계급불평등이 어떻게 고착되고 대물림하는지를 보여줬다. 이제 민주화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과제인 계급불평등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국을 아주 좋아한다. 서울대 교수에 출중한 인물로 편히 잘 살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사회를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의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통에 갈가리 찢기고 수많은 티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무자비한 권력게임의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러나 조국 때문에 조국을 갈가리 해부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의 심각한 치부가 드러났다. 대학입학을 매개로 불공정하게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불투명한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한 계급고착화의 고리라는 점이 드러났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사용된 조국 딸의 논문, 인턴, 총장상에 문제가 있다는, 그리고 상층 부모들이 품앗이하며 이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조국을 현미경 들이대듯 해부하며 비난했던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의 딸과 아들의 장관상이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 대학입학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상층부의 부모들이 자녀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대체로 그렇게 행동해왔다. 한영외고의 부모들만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시험점수로만 대입을 결정하면 너무 시험공부에만 매몰되고 사교육비가 늘어나며 학생의 잠재력을 볼 수 없다며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했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사교육비는 오히려 더 늘어났고, 학교, 부모, 사교육업체, 컨설턴트가 스펙을 만들어주는 상황이 되었다. 입학사정관제를 오래전부터 도입한 미국에서도 불공정한 대학입학은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성적이 그렇게 좋지 못했던 케네디, 부시, 트럼프 대통령도 아버지나 형 덕분에 하바드, 예일, 유펜에 합격했다. 현재에도 대통령이나 최고 갑부의 자녀들은 대부분 최고의 명문대학에 쉽게 합격한다.

 미국의 대학입학과 졸업 후 소득에 대한 스탠포드대학 Chetty교수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0.1%의 자녀들은 40%가 아이비 등의 80개 명문대학에 다니지만, 소득 하위 20%의 자녀들은 그 비율이 0.5%에 불과하다. 소득 상위 0.1%의 자녀들의 아이비 플러스 대학 입학확률이 소득 하위 20%의 자녀들보다 무려 117배나 높다. 미국에서 졸업 후의 소득도 대학 랭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학 랭킹과 소득 랭킹의 상관관계가 0.97로 대학랭킹이 거의 소득랭킹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이 계급재생산의 핵심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어떻게든 더 좋은 대학을 보내려고 한다.

 조국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층이 스카이캐슬을 쌓고 좋은 대학을 차지하는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생들의 80% 정도가 소득 최상층(20%)의 자녀들이다. 가난한 집의 자녀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따라서 대를 이어 가난에 갇히는 체제가 고착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남미, 미국, 영국처럼 계급이 고착되어 서로 소통도 되지 않고 갈등도 빈번하게 폭발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에서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토론수업과 무상교육으로 공평하면서도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여주는 스웨덴의 교육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까?

 이정덕<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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