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온 편지
헝가리에서 온 편지
  • 시장바구니(박일, 전별, 정소라)
  • 승인 2019.09.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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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배낭여행]#6.

 #120년의 전통을 가진 그레이트 마켓 홀

 우리는 체코일정을 마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일정을 위해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연착으로 무려 13시간을 걸려 도착한 우리는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로 첫 번째 목적지로 움직였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장을 보려면 그레이트 마켓 홀에 가면 된다. 채소, 과일, 소시지, 육류, 생선, 절임반찬, 주류 등 식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다. 매력적인 가격은 지역민들도 매일같이 찾지만,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도 이끌어 이들을 위한 기념품판매점도 자리한 필수관광코스가 되었다. 현재 시장은 부다페스트 시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관계자인 초포 팔씨로부터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시장 지하에는 기업형 마트가 있습니다. 처음에 상인들은 기업형 마트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걱정을 했지만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싼 가격, 좋은 품질” 100년 넘게 지켜온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합심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도 마트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우리는 경쟁에서 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매일 위생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직판장에서 시장으로 들여온 물품들은 검역을 통과한 것들입니다. 소시지, 육류, 생선들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진행합니다. 철저한 관리, 믿고 살 수 있는 곳, 120년간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모든 가게가 잘되고 있을 것만 같지만 고민도 있었다. 가게는 잘되지만 일할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EU경제통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생겼고, 헝가리 젊은이들에게 시장은 매력적인 일자리로 생각되지 않는 듯 했다. 30년간 시장을 지키고 있는 채소가게 점원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시장도 변해야 합니다. 바깥은 인터넷, SNS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데 시장은 그런 관계들이 부족합니다. 상인들도 지금 시대에 맞는 소통 방법을 가져야 해요. 젊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 4명의 청년들이 만든 정원, Szimpla Kert(심플라 케르트)

 심플라 케르트, 우리말로 하면 소박한 정원이다. 부다페스트에선 녹지를 찾기 힘든데, 이곳엔 수많은 화초가 가득해 잠시나마 푸름을 볼 수 있다. 하루에만 5,000명, 연간 150만명이 찾는 루인펍, 보편적으로 술집으로 분류되나 실제론 단순한 술집이 아닌 도시재생 복합문화공간이다. 15년 전 스물여섯의 네 명의 청년들은 심심했다. 동네는 너무 조용했고, 놀 수 있는 곳, 놀 거리가 없었다. 그러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골목의 폐공장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 틈나는 대로 중고시장에서 구매한 것들로 채워갔다. 청년들은 당시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하고, 같이 음악을 듣고, 맥주 한 잔 하고 함께 하는 이들은 매일매일 늘어났다. 즐겁게 그냥 노는 것들이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관광객들도 찾아오게 되어 어느덧 길거리는 낮이건 밤이건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심플라 케르트 주변에는 유사한 펍이 주위에 생겨났고, 이 거리를 찾는 이들을 위한 식당도 많이 생겼다.

 심플라 케르트의 주요 수익은 주류 판매지만 주취자는 절대 입장할 수 없고, 주취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보인다면 퇴장이다. 술을 많이 팔아야 수익이 많이 남을 것인데, 실내에 들어서면 음악소리보다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리는 소통의 장이다. 20~70대까지 나이도, 국가도 성별도 의식하지 않는 즐거운 분위기는 처음 보지만, 잠시밖에 누리지 못한 건 큰 아쉬움이었다.

 또 이곳은 지역에 자신들의 이익을 환원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낮 시간은 65세 이상의 지역민들에게 50%의 금액으로 공간으로 제공하고, 매주 일요일에는 파머스 마켓을 열어 다양한 시민들과 농산물 생산자들이 직거래를 진행한다. 매일 음악공연도 열린다. 누구든 무대에 서고 싶다면 기회가 있고, 계속해서 무대에 서고 음반을 내고 활동할 수 있도록 레코딩, 심리지원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이곳을 통해 성장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도 있다.

 

 # 원칙을 지키는 것, 결국 그게 비결이었다.

 우리는 잘되는 것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가정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다페스트 일정을 통해 그 가정이 깨지게 되었다.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원칙을 지킨 것이 비법이었다.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장,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 소통하는 시장, 음악이 흐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차 한 잔 마시고, 장바구니 가득 채워가고 하루에 잠깐이라도 시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시장에 오면 행복한, 그런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글 = 시장바구니(박일, 전별, 정소라)

 ※‘예술배낭여행’은 수요일자 문화면을 통해 격주간으로 완주문화재단의 웹레터와 동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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