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을 맞아
중추절을 맞아
  • 박종완
  • 승인 2019.09.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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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고 푸른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에서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곡식과 과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올해는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기가 무섭게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바로 코앞이다.

 한가위란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으로 봄에는 산과 들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한여름 뜨거운 햇볕과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이겨낸 후 맞이하는 가을의 결실에 감사하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잔칫날인 것이다.

 농작물 수확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가운데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일손을 놓고 동네 한복판에 잔칫상을 차려놓고, 어른들은 저마다 울긋불긋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장고를 둘러맨 아주머니의 굿거리장단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덩달아 신난 아이들이 깔깔대며 천방지축 뛰어노는 모습이 필자가 기억하는 어렸을 적 한가위에 대한 추억이다.

 그때는 비록 모두가 가난하고 없이 살았지만, 마음만은 넉넉했으며 서로 위해 함께 웃고 울어주는 정다운 이웃이 있었기에 아름답고 행복했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명절의 풍습도 정보다는 이해타산이 앞서는 듯하다.

 직원들에게는 전년보다 조금이라도 두둑한 보너스 봉투를 안겨주고 협력업체에는 예전처럼 명절 밑에는 그동안 외상대금을 완불해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경제상황이 대내외적으로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최근에는 미중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세계경제의 항로를 가늠할 수 없고 더구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여지없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니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무역보복이라는 칼날을 휘두르고 있고 더욱이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으로 어제의 동맹이 오늘은 서로 이익 상충으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헤치고 넘어야 할 난관들이 첩첩산중이고 세계무역전쟁과 경제 질서변화에 따른 미래전략과 국민단합이 시급한 이때에 특정이슈로 사회분열이 심화하고 우왕좌왕하며 미래방향성을 잃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지난날 나라를 잃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독립투사의 숭고한 정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작금의 국내외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절실해 보인다.

 독립운동가 이육사선생은 총칼을 대신하여 펜으로 일제와 맞선 저항시인으로 유명한데 필자가 중고등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서 배웠던「광야」라는 대표적인 시 구절을 되새겨본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중략>…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중략>…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 시를 통해 선생은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광명의 세상을 꿈꾸며 후손들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더 이상 소모적인 분열을 멈추고 무역보복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경제 산업전반의 점검과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다시금 국민의 단합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때다.

 강한 쇠도 불 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더 강해지듯, 그동안 수많은 역경을 보란 듯이 극복해 왔던 우리 민족의 우수하고 강인한 저력을 한데 끌어 모아서 다시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통일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명절 중추절이다.

 모두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넉넉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싶다.

 우리 독자 분들도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명절 보내시고 뜻하시는 일들이 잘 풀려서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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