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비유환 ⑧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비유환 ⑧
  • 김재춘
  • 승인 2019.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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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대 배수진, 기병 8천명 궤멸

 탄금대(彈琴臺)는 신라때 가야금을 만든 유명한 음악가 우륵(于勒)이 즐겨 놀던 경치좋은 강변이었다.

 주변이 온통 논들인 저습지대로 보병들의 기동도 어려운데 기병대 진을 이곳에 친 이유를 알수가 없는 일이었다.

 신립은 북방 여진족과 싸울때 기마전으로 용맹을 떨친바 있었다. 아마도 한사람의 무장으로서는 용맹했어도 지략으로 작전을 짜는 장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일본군과의 전투는 칼과 창으로 대결하는 일대 일의 백병전이 아니었으며 조총사수들을 사선(射線)에 일렬로 늘어 세웠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적들에 일제사격을 퍼부어 화망(火網)으로 한꺼번에 때려잡는 부대 단위 전투였다. 기병들이야말로 조총부대의 밥이었다.

 정오쯤 3천7백명을 예비대로 돌리고 소서행장의 직할부대 7천명을 비롯 총 1만5천명의 일본군이 신립군을 3면으로 포위한 뒤 폭충처럼 달려들었다.

 이 전투에서의 쌍방 사상자수는 기록으로 전하고 있지 않다.

 다만 조선군이 처참하게 패배했고 신립을 비롯 수많은 조선군이 일본군에 밀려 강물에 빠져 죽었으며, 부사 김여물, 충부목사 이종근, 조방장 변기 등의 장수 전원이 전사했다.

 이일만이 살아 돌아가 조정에 패보를 올렸다.

 28일 저녁 1번대 주력이 충주성에 입성했고, 29일에는 뒤따라 조령을 넘어온 2번대의 주력과 합류했다.

 소서행장과 가등청정은 여기서 서로 의논, 한성 진격로를 결정했다.

 30일 큰비가 쏟아지는데도 일본군은 충주를 떠나 제1번대는 여주(驪州)로 진출, 선두가 남한강을 건넜으며 5월1일 주력이 뗏목을 타고 물이 불어난 강을 건너 양근(楊根양평(楊坪)을 지났으며 2일에는 용진도(龍津渡양서(楊西))에서 북한강을 건넜다. 한성을 동쪽으로부터 공격할 계획이었다.

 제2번대는 음성(陰城) 죽산(竹山) 용인(龍仁)을 지나 2일 한강 남안에 도달했다.

 한편 창녕(昌寧)에서 갈라진 흑전장정의 제3번대 별동대는 초계(草溪) 거창(居昌)을 들이치고 지례(知禮)를 지나 금천가도 금산에서 28일 성주를 치고 북상하던 본대와 합류, 추풍령(秋風嶺)을 넘어 충청도 황간(黃澗)을 지났고 청주 금천을 거쳐 죽산에서 2번대의 뒤를 바짝 아 용인으로 북상했다.

 일본군 선봉이 충주에서 조선 수도 한성 진공작전을 짜고 있던 29일 조정이 또 인사발령을 했다. 이일의 보고로 상주와 충주패전 소식을 듣고 수도방위계획을 세운 것이다. 인사발령이 곧 수도방위 계획의 전부였다.

 김명원(金命元)을 도원수 신각(申恪)을 부원수로, 우의정 이양원(李陽元)을 유도대장(留都大將) 李전 변언수(邊彦琇)를 경성좌우위장 박충간(朴忠侃)을 경성순찰사로 했다. 김명원이 조선군 총사령관, 신각이 부사령관, 이양원이 수도방위사령관이 된 것이다.

 김명원은 좌찬성을 지낸 59세의 문관이었고 신각은 무관으로 연안(延安)부사를 지낸 사람이었다.

 인사발령을 낸뒤 그날밤 자정을 넘겨 선조와 조정대신들은 한성의 서문인 돈의문(敦義門)을 빠져 나가 어둠과 폭우속의 한양을 탈출했다. 파천(播遷)길에 오른 것이다. 4월30일이 된다. 일본군이 충주를 떠난 날이었다.

 김명원과 신각이 이제 막 과거 무과에 급제한 신임 무관 50여명과 함께 한강에 나가 군사를 배치하고 남쪽의 가등청정과 대치했다.

 강건너 일본군 진영에서 조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창검과 기치가 강변을 뒤덮었다.

 김명원이 놀라서 무기와 모든 전투장비를 강물속에 밀어 넣으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백성의 옷으로 갈아 입더니 그대로 말을 타고 달아나 버렸다. 사령관이 도망가자 군사들도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한강 저지선이 허무가헤 무너져 버린 것이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2월12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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