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추석 앞둔 과수농가 시름 한가득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추석 앞둔 과수농가 시름 한가득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9.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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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장마에 강풍을 동반한 태풍까지 온다니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일년 농사를 통째로 망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한숨만 나옵니다.”

 연일 이어지는 가을장마와 더불어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소식에 전북지역 과수농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과수도 조기 출하해야 하지만 가을장마로 열매가 온전히 익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데다 시시각각 북상하고 있는 태풍에 큰 낙과 피해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5일 오전 10시께 장수군 부자(父子) 과수원에서 만난 전대호(44) 대표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전 씨는 “9월 초까지는 사과가 햇볕을 많이 받아야 색깔도 올라오고 당도가 높아지는데 1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을장마와 흐린 날씨에 제대로 익지도 않았다”면서 “비 소식은 연일 이어지는데다 태풍까지 찾아오고 있어 공들인 한해 농사를 망칠까 걱정이 태산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수원을 둘러본 결과 사과는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렸지만 최근 가을장마 여파로 초록색을 띤 사과가 대다수였다.

 그나마 빨갛게 익은 사과도 밑 부분은 햇볕이 들지 않아 초록색이 듬성 듬성 보였다.

 사과들이 조금이라도 햇볕을 골고루 받도록 하기 위해 깔려진 반사 필름도 가을장마가 햇빛을 장기간 가려버리는 바람에 큰 효과는 없어 보였다.

 전 씨는 “제대로 익지 않은 사과를 출하하면 소비자들도 사과를 자연스레 외면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사과 수요는 떨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헐값에 팔리거나 일부는 버려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 씨는 “강풍을 동반한 채 북상하고 있는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를 최대한 줄여보기 위해 최근 수확 인력을 평소보다 5명 더 고용했지만 효율성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평년 같으면 사과를 따기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사과가 익지 않아 그나마 상품성이 있는 사과만 선별적으로 따야하기 때문이다.

 전 씨는 “한 사람당 40박스 분량의 사과를 딸 수 있는 평년과 달리 지금은 20박스 분량밖에 따지 못하는 까닭에 마음만 급해지고 속만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전 씨는 “날씨가 원망스럽고 주변 과수 농가도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면서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 되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을것 같다”고 염려했다.

 전라북도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정밀 조사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준비할 예정이다”면서 “도내 농가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치 등을 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13호 태풍 ‘링링’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370㎞ 해상에서 시속 19㎞로 북상 중이며 6일 오후 9시께 제주도 서귀포 남서쪽 약 280㎞ 해상을 거쳐 7일 오전 9시께 전남 목포 서남서쪽 약 100㎞ 해상에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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