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무료급식소’ 운영하며 노인·소외계층 돕는 부부
11년째 ‘무료급식소’ 운영하며 노인·소외계층 돕는 부부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9.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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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모래내시장 한 상가 2층에 위치한 심철진(69)·이진성(64) 부부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심철진 씨가 4일 부족한게 없을까 하는 마음에 자리를 돌아다니며 살갑게 노인들을 챙기고 있다. 양병웅 기자

 “갈수록 세상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情)이 있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어려운분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우리 사회에서 11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따뜻한 밥 한끼를 통해 진실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부부가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4일 오전 전주시 인후동 모래내시장 일대 한 상가 2층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에는 허름한 차림새의 노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날 심철진(69)·이진성(64) 부부는 급식소를 찾은 노인들 한 명 한 명을 반갑게 맞으며 인사를 건넸고 노인들 역시 정성껏 차려진 음식을 맛잇게 먹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심씨 부부는 직접 주걱으로 밥을 배식하면서도 행여나 부족한게 없을까하는 마음에 자리를 돌나다니며 살갑게 노인들을 챙겼다.

 심철진 씨는 “서울에서 기독복지단체인 (사)늘푸른선교복지센터를 세우고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노숙인 50여 명과 함께 생활했었다”며 “하지만 지난 2009년 서울시로부터 ‘자기 소유의 집이 아니면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공문과 거리급식 금지 통보를 받아 노숙인 15명과 함께 연고도 없는 전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심철진 씨는 “그해 늦가을 쌀쌀한 날씨에 전주시 인후동 모래내시장 일대를 지나다니며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목격하게 됐다”며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아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을 본 뒤 무료 급식소를 운영할 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와 노숙인 형제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무료 급식소는 매주 월, 수, 금, 토요일 네 차례 운영되고 있으며 이 곳을 찾는 노인들은 하루 100∼120명 가까이 된다.

 심씨는 “급식소가 운영되는 날에는 오전 5∼6시에 일어나 본집에서 직접 밥과 반찬 등을 장만해 가져오고 있다”며 “진수성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이 따뜻한 국과 반찬을 드시며 사람 사는 인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아내 이씨는 “어르신들이 음식을 맛있게 드셔 주신 덕분에 소문이 좋게 나 멀리서 직접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어르신들이 이 곳으로 음식을 드시는 순간 만큼은 행복해 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철진 씨는 “이 곳을 찾는 어르신들은 대개 자식들의 무관심 속에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 이유로 처음 이곳을 오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점점 사람을 만나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다들 표정이 밝아지셨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씨는 “몇 년째 오시던 분들 중에 갑자기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가시거나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동안 마음이 좋지 않고 눈물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들과 따뜻한 한끼를 나누는 심씨 부부의 소망은 앞으로도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더 좋은 음식을 나눠주고 싶은게 전부다.

 심씨 부부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연민과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이 노인들은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말 것”이라며 “소외받는 노인들이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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