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경쟁력이 국가발전의 초석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발전의 초석
  • 송성환
  • 승인 2019.09.04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의 지방자치법은 차라리 중앙정부 심부름법이라 함이 타당하다.”

 최근 필자와 호남권 광역의회의원들은 광주시의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이구동성, 지방자치법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조 섞인 말이지만 작금의 지방자치법 개정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함을 방증한다.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1988년 전부개정 이후 30년 동안 근본적 개혁에 대한 논의만 무성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다양해진 주민들의 요구, 성공한 옆 동네의 사례라도 우리 마을에서는 실패하는 지역적 차이. 30년 전에 만든 제도는 다양해지고 심화되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은 겨우 20%의 힘으로 중앙정부의 단순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지금의 지방자치법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서 정해 놓은 법률과 시행령 내에서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지방의 상황과 조건에 부합할 조직, 입법은 법령의 범위 내로 국한해 지방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가뒀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지났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농촌과 공장지역이 다르게 변했고 섬과 내륙도시가 각기 다른 조건을 갖게 됐다. 지역이 변하면서 행정과 정치력, 그리고 주민규모까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또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30년 전의 법과 제도로 지방을 판단하고 규제하고 있다.

 전북무주와 울산은 도시 환경이 다른데도 말이다. 전남진도와 강원홍성에서 거주하는 청년들의 요구 역시 같을 수 없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 산업과 문화, 사람살이의 특색에 맞는 각각의 지역발전 전략과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지방정부의 효율적 재정운용의 책임, 주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률과 제도의 활용 책임 모두 지방에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중앙 중심의 국가관리 체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지역 불균형의 확대, 급속한 노령화, 그리고 세대간 갈등의 심화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앙정치권과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분권 강화를 선택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지방분권 실현의 시작이며 지방의 위상과 역량이 강화돼 지방경쟁력이 높아지는 첫 걸음이다.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과 나눠 분권성장 및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성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지방분권이 본격화 되면 지방정부는 물론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풀뿌리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사회적 혁신의 주체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마을 곳곳을 살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곳에는 입법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예산과 사업으로 지방의 발전을 견인해야 할 중차대한 책무가 지방의회에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에 인사권독립을 부여하고 정책지원 전문 인력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지방의회의 효율적 운영은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으로 이어져 지방의 경쟁력을 통한 국가발전으로 귀결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지방자치시대의 주인공은 바로 주민이다.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국가의 새로운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길, 지방자치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주민을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으로 만드는 일, 주민이 지방자치의 획기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것,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다.

 연방제 수준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공약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20대 국회가 임기 만료 전에 국민에게 화답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자치와 분권, 지방이 살 길이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송성환<전라북도의회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