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의 갈등-왜 꼰대 이야기가 나오는가?
세대 간의 갈등-왜 꼰대 이야기가 나오는가?
  • 김우영
  • 승인 2019.09.03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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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세대 간 갈등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키워드의 하나가 꼰대라고 한다. 이 용어는 1970년대 학생들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나이 많은 남자 특히 아버지나 선생님을 지칭하는 은어로 사용되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유행이 되고 있다. 오늘날 꼰대라는 단어는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거나,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하는 의미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직장이나, 학교, 사회 어디에서나 꼰대질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꼰대 로 치부된다.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표현도 있는데, 말 그대로 혁신적인 척하고, 젊은 사람인 척하고, 신세대를 이해하는 척하고, 본인은 다른 나이 든 사람과는 다른 척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작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기업문화 진단 보고서가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된 바 있다. 보고서를 요약하자면, 조직의 리더들이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청바지를 허용하는 등 복장을 자율화하고, 직급의 호칭을 없앴지만 정작 직원들의 의견은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무늬만 혁신이지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가 들게 되면 나름대로 주관이나 가치관이 확고해져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의 진리와 상황이 변하는데도 자기가 경험한 예전 것에만 집착하여 이를 기준으로 젊은이들을 나무라기만 한다. 우리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요즈음 것들은 왜 이러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이 성장해 온 방식에 익숙해 있다. 그 방식으로 성공을 이루어 왔다면 다들 꼰대라고 비아냥댄다 하더라도 수십 년 동안 몸에 익은 사유와 행위 방식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전히 신세대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버릇없고, 자기만 알고 책임감이 없고, 힘든 일은 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패기나 근성이 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러한 신세대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꼰대에 대한 담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요즈음의 꼰대에 대한 담론은 최근 20대 밀레니얼 세대와 그들이 가진 성격들을 인정해야 하며, 이러한 성격적 특성들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향과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특성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 환경에서 자라면서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온라인/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소통은 수평적이고 효율적이다. 매우 즉흥적이고 간결하고 공개적이다. 이러한 소통의 방식과 민주 시민 교육, 안정적 삶의 추구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불합리성, 불공정성, 불투명성에 즉각적으로 저항하는 특성을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는 구태의연한 형식과 절차를 싫어하고, 현실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삶을 선호한다. 조직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실을 선호한다고 한다.

민주화 산업화 시대의 수직적 위계질서 문화에 적응해 온 세대의 관점에서 20대 밀레니얼 세대는 함께 생활하기 매우 힘든 신세대로 보인다. 이들 세대는 앞서 세대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 속에서 자라난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문화에 학습되고 동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밀레니엄 세대의 특성은 다음 세대에게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적인 개인의 특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의 특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때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사회가 변화한 지금도 여전히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훈계나 하는 꼰대는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그때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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