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온 편지
체코에서 온 편지
  • 전별
  • 승인 2019.09.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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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배낭여행]#5.

 #. 우리가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우리가 예술배낭여행을 신청한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시장, 활동무대인 시장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시장 내에 점포를 운영하고, 시장을 운영하는 역할에 있으면서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함께 해왔다. 하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오지 않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아니 이미 그런 상황이었고 변화되지 않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술배낭여행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도의 과정으로 배낭여행 대신 시장바구니를 들고 체코와 헝가리로 떠났다.

 #. 첫 번째 시장 ‘마니페스토’

 우리가 적용할만한 지점이 있을 네 곳의 시장을 선택했고, 먼저 체코의 시장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마니페스토’이다. 프라하에 처음 개통된 역인 마사리크역의 현대화과정에서 먼지만 날리던 슬럼화된 공간을 국제 비영리단체와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의를 통해 탈바꿈시킨 곳이다. 여행객을 타겟으로 매일 낮부터 밤까지 세계 길거리 음식, 다양한 음악, 세련된 디자인을 접목한 세계음식문화시장이다.

 모든 점포가 신용결제로만 운영되는 화폐제로 공간으로 입점을 하려면 암행 큐레이터의 심사를 통화해야 한다. 컨테이너박스로 이루어진 공간은 점포마다 개성 넘치는 안내판과 메뉴판들로 각양각색을 이루고 있다. 각 점포에서 구입한 음식들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중간중간 놓이는 등 섬세한 공간 구성과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두 번째 시장 ‘쿠반스케 나므네스티 파머스마켓’

 두 번째 방문한 곳은 프라하의 대표적인 파머스마켓중 하나인 ‘쿠반스케 나므네스티 파머스마켓’이다. 평소에는 공원이지만 주말에는 시장으로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우리네 장날 풍경과도 흡사하다. 프라하시에서 공간을 지원하고 아키타입 시민협동조합에서 운영하며 100여곳의 상인들이 가입해 원하는 날짜를 선택,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참여점포들은 프라하 시당국에 정식으로 영업허가를 받고 세금을 내며 영업중이다. 주로 채소, 빵, 쨈, 소시지 등 일상에 필요한 식재료들을 판매하며, 기존 상설시장이 담지 못하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역조사를 하고, 세 군데 장소에서 실험적으로 운영을 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아들과 함께 나온 매우 열정적인 사과재배와 사과가공식품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너무나 친절하기도했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말투, 행동에 깊이 배여 있어 믿음이 갔다.

 “우리는 체코 농산물 인증을 받은 업체로 직접 농사를 지은 사과에 지역내 생산과일을 혼합해 6종류의 사과쥬스를 만들고 있다. 시중 마트에도 납품을 하지만 매번 파머스마켓을 찾는 단골손님을 위해 나온다. 시음을 하고 나면 손님들은 모두 쥬스를 구매한다. 우리는 체코에서 몇 되지 않는 정부공식인증업체다.”

 #우리의 고민

 한 곳은 최신식, 현대적, 감각적인 공간으로 전문가들과 많은 예산, 시 당국의 전폭적 지원이 이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지역민의 필요로 전통시장의 방식을 새롭게 변형해 친환경적, 친숙한 공간을 채우는 실험을 통해 사람을 불러모았다.

 두 곳의 공통점은 운영주체의 탄탄한 안정성과 체계적인 시장운영을 위해 인증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 장소보다는 고객의 욕구에 충실한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 친환경적 운영로 단순상품이 아닌 가치를 소비하게 한다는 점이다. 머나먼 유럽에서 확인한 것은 나라나 지역에 상관없이 시장이라는 곳의 본질은 같다라는 것이였다.

 #우리가 가야할 길

 한 곳의 시장에서 만났던 고객의 인터뷰는 어쩌면 우리가 가야할 길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장을 변화시키고자 했지만 변화되지 않는 건 우리가 과연 누구를 고객으로 생각했고, 그들의 욕구를 깊은 고민으로 들여다보지 않았기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껏 슈퍼마켓, 마트에 가서 값싼 식재료를 사먹었습니다. 그것들은 국경 밖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우리는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사고 싶습니다. 내가 아는 분의 물건을 사고 싶습니다. 이게 시장을 찾는 이유입니다.”

   

 글 = 전별


 ※‘예술배낭여행’은 수요일자 문화면을 통해 격주간으로 완주문화재단의 웹레터와 동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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