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비유환 ⑥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무비유환 ⑥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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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로(路)로 나누어 저항없이 북진

  18일에는 가등청정의 제2번대, 19일에는 흑전장정의 제3번대가 부산에 아져 들어왔다. 침공둔 선봉 총 5만2천500명의 대군이 6일만에 상륙을 완료했다. 하루 1만 꼴이었다.

 놀라운 기동력 이었다. 무기와 식량 등 막대한 양의 군수물자가 뒤따르는 일이었다. 치밀한 사전계획과 훈련이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상륙이었다.

 19일에는 제4,5,6,7번대의 선두도 부산에 상륙했다. 후속부대가 꼬리를 물고 뒤를 이었다.

 이들은 상륙과 동시에 숨도 돌리지 않고 거침없이 북진길에 나섰다.

 부산과 동래를 떨어뜨린 제1번대가 17일 양산과 울산에 돌입했다. 양산군수 조영규는 이틀전 동래성에서 전사했고, 울산의 좌병사 이각은 내빼고 없었다. 백성들만 우왕좌왕 하다 일본군의 칼날에 무침히 죽어갔다.

 18일 밀양ㅇ로 가다가 40리 못미처 협곡 작원관(鵲院關)에서 용감한 조선군관 이대수(李大樹)와 김효우군(金孝友軍)의 저항에 부딪쳤으나 가볍게 물리치고 19일에 밀양성에 들이닥쳤다. 하루전 여기에 와있던 감사 김수가 내빼자 목사(牧使) 박진도 무기와 식량창고에 불을 놓고 달아나 버렸다. 백성들 3백명의 목이 잘렸다.

 청도(淸道 대구(大邱)를 친 1번대는 23일 인동(仁同)에 나타났고 낙동강을 건너 24일 선산(善山)을 지났으며 25일 상주(尙州)에 진입, 한양서 급파된 이일과 부딪쳤다. 상주목사 金해는 순변사 영접을 핑계대고 나가 산으로 도망가고 없었다.

 제2번대는 19일 언양을 치고 21일 유서깊은 신라(新羅)천년의 고도 경주로 쳐들어갔다. 신임 부윤 변응성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전임 부윤 윤인함(尹仁涵)은 도망간 수령들을 잡으러 간다면서 사라져 버린뒤였다. 판관 박의장(朴毅長 현감 이수일(李守一)이 병사들과 부근 농민 수천명을 모아두고 있다가 일본군이 나타나자 화살 한대 쏘지 못하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22일에는 영천(永川)으로 뛰어 들었다. 군수 김윤국(金潤國)은 김수의 명으로 경주 집경전(集慶殿)에 달려가 쉬용(임금의 영정)만을 안고 산속으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신령(新寧) 군위(軍威) 용궁(龍宮)을 짓밟으며 북상했다.

 안동부사 정희적(鄭熙績)이 지레 겁먹고 도망쳤고, 한양서 급파된 좌방어사 성응길 조방장 박종남 신임 경주부윤 변응성 그리고 풍기(豊基)군수 윤극인 풍천(豊川)군수 변안우 등이 "임금을 모셔야(근왕勤王)는 핑계로 모두 성을 버리고 북쪽으로 뛰었다.

 제3번대 19일 김해(金海) 남쪽 가락(駕洛)에 있는 죽도에 상륙, 그날로 김해성을 에워쌓다. 부사 서례원(徐禮元 초계군수 이유검(李惟儉)이 하루를 버티다 그날밤 이유겸이 순찰한다면서 없어지자 잡으러 간다면서 서예원이 사라졌다..

 성이 함락고 지키던 병사들과 백성들이 도륙을 당했다. 21일에는 창원으로 덤벼들었다. 군수 장의국(張義國)이 앞질러 도망쳤다. 영산 창녕 현풍 등 낙동강 서쪽을 휩쓸고 27일 성주(星州)를 유린했다.

 선령(宣寧) 현감 오응창(吳應昌) 창령현감 이철용(李哲容) 현풍군수 유덕신(柳德新)도 앞서서 행방불명되어 버렸다.

 침공 10여일만에 경상도 거의 전역이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20일 이일 등 졸병없는 장군들 일행이 한양을 떠나던 날에 조정은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인사발령이었다.

 유성룡(柳成龍)을 도예찰사(都禮察使)로, 김응남(金應南)을 부사(副使)로 했다. 도제찰사는 임금을 대신하여 현지에서 군무를 총괄하는 벼슬이었다. 유성룡이 신립을 추천, 삼도도순변사(三道都巡邊使) 즉 경상 전라 충청 3도를 총괄하는 순변사로, ’국방을 튼튼히 했던 죄’로 옥에 갇혔던 金여물을 꺼내 종사관(從事官) 즉 참모로 했다.

 신립도 나탕개 토멸에 공을 세웠던 이름있는 장수였다. 졸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성룡이 모집한 군관 80여명을 거느리고 전선으로 떠났다. 

  

 양재숙(梁在淑) 본사 수석논설위원 

  옮긴이 김재춘(金在春)

 1992년 2월6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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