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 이흥래
  • 승인 2019.09.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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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무부장관 내정과 관련하여 이른바 ‘조국대전’이 지금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민정수석을 꽤 오래 지냈지만, 마치 처음 공직에 나선 사람인 양, 그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관련 내용들이 연일 터지고 있다. 현재 의전원생인 딸이 고교생일 때 며칠간의 인턴생활만으로도 국내 버젓한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의혹의 하이라이트다. 또 무시험으로 의전원까지 진학하고, 유급생이 매번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은 특권 좌파의 특혜라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재정운용과 관련해서는 가족사기단이란 치욕스런 비난이 나오고 급기야는 법무장관 내정자가 휘하인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친문과 반문으로 나뉘다시피한 정치권에서 야권은 문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라며 조 후보자의 낙마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고, 여권은 조국 구하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듯하다. 장관 한 명의 임명을 둘러싸고 언제 이 나라가 이토록 어지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당장 일본의 경제전쟁과 GSOMIA 철회에 따른 격랑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인데 장관 한명 임명을 둘러싼 정쟁으로 나라가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다.

 조국 교수는 공직에 입문하기 전까진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지식인이었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이름에다 국내 최고대학 출신의 현직 교수이며 뭇 사람들을 심쿵시킬 만한 외모 등은 여느 연예인이나 정치인보다 훨씬 매력적인 지식인으로 그를 각인시켜 왔다. 특히 정의와 공정이란 단어로 갈무리된, 시국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그가 아직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에 나선다면, 어영부영 달게 된 여느 뱃지들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의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믿음까지도 들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 절반이 넘는 여론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고,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들마저 촛불을 드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그도 그지만 아비가 장관직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별 어려움 없이 조만간 의사 가운을 걸치게 될 딸의 인생은 뭐가 되고, 주위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가족들은 어찌 얼굴을 들고 살 수 있을 것인가. 참 가혹한 시련이다. 앞으로 청문회나 수사 과정에서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가져본다. 이번 조 교수의 임용 파동을 보면서 고도의 학술적 식견과 사회적 명망만으로 공직에 나서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가 서울대 교수라는 빛나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평가나 장관직 지명이 가능하기는 했을건가.

 사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직업군이 있지만, 교수만큼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직업은 드물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곤 한다. 같은 교육자라도 초중고 교사와 달리 교수들은 정치활동이 보장되고, 정부나 공,사기업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데다 적지 않은 연구비 지원 등 그야말로 엘리트 집단으로 각별한 대우를 받아왔다. 자연히 교수들의 공직진출도 늘어났는데 3공화국 등장 이후 경제개발 관련 인재들이 수요가 늘면서 교수들의 장관 발탁도 크게 늘어났다. 이번 개각에서도 조 교수 때문에 가려 있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이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들도 현직 대학교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매번 개각 때마다 교수들이 대거 입각하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과문하기는 하지만 미국 등 서구의 경우도 교수들의 장관 발탁은 자주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남들보다 뛰어난 학문적 업적은 물론 여러 정권에 걸쳐 행정부나 의회 등 관련부서에서 전문적인 업무를 다뤄본 경우가 아니면 입각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또 사회적 평판과 도덕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임명권자의 마음에 들거나 학문적 명성에만 치우치다 보니 평생 연구만 해온 백면서생도 일약 장관으로 발탁되는 일이 적지 않으니 이같은 임용과정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조 교수의 발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조 교수의 역량은 어떨까라는 관심이 많았었다. 사법 개혁은 DJ 정권 이후 모든 정권이 추진했지만, 지금껏 별무소득인데다 민정수석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 역시 그저그런듯 해서이다. 앞으로 사법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주체들의 첨예한 반발을 누를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지만 조 교수가 이를 잘해 나갈 수 있을지 청문과정을 주시하고 있는데 이 야단들이니 그마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장관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수많은 공무원들을 지휘해 수조, 수십조의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이다. 특히 정책 성과를 거두려면 대국민은 물론 정치권과 언론, 사회단체 등 그야말로 수많은 계층과 대상을 상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우는 괄목한 만한 업적을 남긴 교수출신 장관들도 많았지만, 청문회를 통과할만한 사회적 자질은 물론 신변정리도 못한 지식인의 허상을 자주 보곤 했다. 조국 교수 역시 사회적 명성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자식이나 주변문제로 이 곤욕을 치를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 솔직히 임용과정이 복잡 다양한 교수들과는 달리 고시에 합격한 엘리트 공무원들조차 장관이 되려면 평생이 걸리는데 대학에서 제대로 된 보직조차 거치지 못한 백면서생들도 척척 장관으로 발탁되다 보니 교수가 참 좋은 직업은 분명한 듯하다. 우리 지역에서도 요즘 교수출신들의 등장이 늘어나는데 이런 청문회가 있었더라면 과연 통과나 할 수 있었을까.

 이흥래<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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