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PAF 돋보기] 전북 연극의 초석 故 박동화의 유일한 희극 ‘공사장’
[JBPAF 돋보기] 전북 연극의 초석 故 박동화의 유일한 희극 ‘공사장’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9.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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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PAF 돋보기]<5>

 전북 연극의 시작과 중심에서 가인 박동화(1911~1978)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열 채, 백 채의 집 보다 나에게는 이 무대가 소중하다”며 죽는 그 날까지도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찼던 박동화. 그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연극계에서 존재감은 여전하다.

 (사)동화기념사업회(이사장 유영규)가 박동화 선생의 유일한 풍자희극 ‘공사장’으로 ‘2019 전라북도 공연예술 페스타(JeonBuk Performing Art Festa·JBPAF)’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5일과 6일 오후 7시 30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박동화의 연극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7년 창립된 동화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숨겨진 박동화의 희곡을 발굴해 특별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무대를 다수 선보여왔다. 올해는 1973년 월간문학에 발표된 ‘공사장’이란 작품을 택했다.  

 이를 통해 전북연극의 컨텐츠를 확보하고, 신구 연극인의 화합의 시간과 연극의 예술성, 문학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권력과 금력이 만들어낸 여러 폭력상을 파노라마식으로 전개시켜 산업사회의 왜곡된 모습과 그 민낯을 보여주고 있어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객석의 공감을 살만한 작품이다.

JBPAF를 앞두고 박동화의 연극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배우와 청년배우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이번 ‘공사장’에서 강상무 역을 맡은 유영규 이사장과 공석진 역으로 분하는 박종원 배우다. 간밤에 늦은 시간까지 연습한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박동화’, ‘연극’, ‘무대’등의 이야기가 오가는 속에서 신구 배우의 눈은 반짝였다.

 올해로 7년차 배우 박종원씨는 연극의 주인공 공사장의 장남으로 열연한다. 공사장에게는 배다른 자식이 열 두 명이나 되었는데, 그 인생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자식 중 가장 큰 아들인 격이다. 사실상 버림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던 삶을 산 공석진은 갖은 비리와 부정을 일삼았던 아버지를 몰락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배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직장에 취업을 준비하다 연극을 향한 열정을 외면할 수 없어 창작극회에 입단하게 됐다”면서 “선배들의 지도와 관심으로 많은 작품에 설 수 있었는데, 박동화의 작품은 거의 4~5작품 정도 만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동화 선생님과 같은 시대를 산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70~80년대에 쓰여진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현재의 시각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공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30대의 배우가 박동화를 희곡으로 만났다면, 그와 살결을 맞대며 전북 연극의 초석을 다지는데 힘쓴 인물이 있다. 바로 유영규 이사장이다. 그는 박동화 연극상 제정과 전주 체련공원에 박동화 동상을 세우는데도 앞장섰다.

 유 이사장은 “창작극회와는 1973년부터 인연을 맺었는데, 그때 4∼5년 박동화 선생과 머물렀다”면서 “연극표 파는 일부터 기획까지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선생께 배우던 시절이었는데, 개런티도 없는 무대에 서고 끝나면 함께 술 한잔하며 어울렸던 그 시절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극단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매우 힘든 시기로, 그동안 제 밑을 거쳐간 후배들이 200여 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연극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현실적인 제약에 좌절하고 많은 후배들을 보면 선배로서 아직도 부족한 것 같기만 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랬다. 그 시절, 당대 전북 화백들이 “동화, 연극 잘 돼 가는가”라고 물으면, “어렵네, 당신의 작품을 기증해주게”라고 부탁하며 작품을 판 돈으로 연극의 막을 올리곤 했다. 작품을 올리는 일이 팍팍했지만, 그렇기에 더 귀했던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 많은 작품과 영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연예술단체들은 무엇을 바라보며 달려가야 하는 것일까?

 박 배우는 “옛 것을 지켜나가는 선배들의 모습, 원로 선배님들의 경험과 연기력, 그 움직임 하나 하나까지 모두 배움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앞으로도 선생님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선양사업을 이어가려고 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뜨거운 여름을 함께 달려주신 전북의 연극인들과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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