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둔도(鹿屯島)는 어찌 할 것인가
녹둔도(鹿屯島)는 어찌 할 것인가
  • 장상록
  • 승인 2019.09.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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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은 사이좋게 살기가 어렵다. 그것은 개인이 아닌 국가사이도 다르지 않다. 영토와 관련 된 문제가 대표적이다. 독도만 부각되어 있을 뿐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와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간도와 녹둔도(鹿屯島)다. 비교적 잘 알려진 간도와 달리 녹둔도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넘어 무지에 가깝다. 녹둔도는 세종(世宗) 이래 조선영토였다. 그런데 1587년 여진족이 녹둔도에 침입한다. 이때 조선군 11명이 죽고 160여명이 포로가 되는데 당시 북병사(北兵使) 이일(李鎰)은 그 책임을 면하려 조산만호(造山萬戶)에게 책임을 씌워 그를 사형에 처하려 한다.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백의종군에 나선 조산만호가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장군이다.

  그런데 그곳이 현재 러시아 영토가 되어있는 것이다. 연해주 지역이 러시아 영역이 된 것은 1860년 북경조약을 통해서다. 영국과 프랑스의 침략으로 북경이 점령되고 원명원(圓明園)이 불에 탔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역할을 중재한 대가로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조선과 러시아가 두만강을 국경으로 하게 된다. 이때 녹둔도가 러시아 영토가 돼 버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조선은 1887년(1889년) 고종(高宗)이 러시아 공사 베베르에게 녹둔도 반환을 요구한다. 이후 국권피탈로 잊혀 진 녹둔도는 1984년 북한과 소련 간에 이 문제를 논의하지만 미해결로 남는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소 수교 후 1990년 서울주재 러시아 공사에게 녹둔도의 반환을 요구한 바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녹둔도는 현재 러시아의 중요 군사기지가 되어 있다.

  간도와 녹둔도를 두고 남아있는 미해결 과제는 독도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 이웃 국가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의 씨앗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그 해결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독도는 간도나 녹둔도와 달리 대한민국의 실효지배하에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꼭지가 하나 있다.

  독도 문제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대응도 포함된다. 당시 한국 정부는 독도뿐만 아니라 파랑도와 대마도의 영유권도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존재 자체가 모호한 파랑도와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대마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 주장이 독도에 대한 한국 논리마저 무력화시킨 것이다.

  녹둔도를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러시아에 넘겨준 요인 중에는 막연하고 잘못 된 신념과 지식의 한계도 있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고종 21년(1884년) 6월 17일자 기록에 국경을 개척하고 둔전을 일구는 일에 힘쓸 것 등의 시무책을 진달하는 부호군 지견룡의 상소가 나온다.

  여기서 지견룡은 흥미로운 논리를 전개한다. 경흥(慶興) 건너편 블라디보스톡 등 1천여 리 땅이 러시아에 속해 있는데 러시아는 중국과 화목하지도 않고 군사적 행위도 없었음에도 그 땅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그럴진대 조선은 중국과 옛날부터 협화(協化)의 의리가 있고 또 그 지역이 생소한 땅이 아니니 간청하면 청나라에서 허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견룡은 청나라에서 그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청하라는 말로 마무리 한다.

  지견룡의 상소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명확하다. 당대 지견룡은 물론 고종과 조정 신료들은 1860년 북경조약이 체결 된 지 20여년이 지난 후까지도 국제정세에 대한 몰이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가 연해주를 어떻게 차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부재는 녹둔도가 어떻게 러시아 영토가 되었는지에 대한 무지와 그대로 연결된다.

  지난 7월말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왔다. 인상적이었던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노점상까지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던 러시아인이 어느새 손에 책 대신 스마트폰만 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독수리 전망대를 가득 점령한 중국인들이 대형 중국기를 흔들며 고성으로 노래를 불러대는 모습이었다. 생각해본다. 녹둔도는 어찌 할 것인가.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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