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희생된 전주형무소 민간인, 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올까
억울하게 희생된 전주형무소 민간인, 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올까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8.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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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주시 황방산 일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배 하고 있다. 전주시는 오는 11월까지 황방산 일대와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시굴 및 발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광복 기자
29일 전주시 황방산 일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배 하고 있다. 전주시는 오는 11월까지 황방산 일대와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시굴 및 발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광복 기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70여 년 만에 겨우 눈 감게 됐습니다.”

 한국 전쟁이 초래한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당시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함과 동시에 유해 발굴의 시작을 알리는 개토제가 29일 효자동 황방산 일대(효자추모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개토제 현장에는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해 시민단체 관계자와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개토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유가족들은 오래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가족들을 떠올리며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하나 둘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 최광두(81) 씨는 “비록 7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우리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국가의 공권력에 무고하게 희생돼 구천에서 떠돌고 계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억울함이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광두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함지에다 밥을 한 뒤 아버지에게 가보자고 하셨다”며 “따라가 보니 지서(파출소)였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허름하게 앉아 계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씨는 “지서에서 나온 뒤 아버지가 집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담배쌈지 심부름을 시키셨고 어머니가 갑자기 통곡을 하셨다”면서 “그게 살아생전 아버지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아내 오양례(79·여) 씨는 “남편이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 아버지의 유골을 찾고 싶다며 탄원을 보냈지만 전주형무소의 흔적이 없고 유골을 찾을 수 없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항상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삼키던 남편은 오늘도 전주로 오는 길 내내 눈물을 흘렸다”며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자들이 하루 빨리 유해 발굴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의 아픈 역사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홍제 전주형무소 유가족 전국유족회장은 이날 개토제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70여 년 만에 죄인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유해 발굴이라는 큰 성과를 얻게 된 만큼 희생자들이 차디찬 흙 속에서 하루 빨리 나와 편히 모셔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날 개토제에 이어 오는 11월까지 이곳 황방산 일대와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시굴 및 발굴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후 희생자 유해의 신원을 밝혀내는 유해감식을 거쳐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날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나 이념 등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일 것이다”면서 “이번 유해 발굴을 통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 사건은 좌우익의 이념 대립 속에 적법 절차 없이 군경가 인민군에 의해 2천여 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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