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 이윤애
  • 승인 2019.08.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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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웠던 여름이 지났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온이 상쾌하다.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던 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거대하게 흐르는 ‘#NO아베’와 ‘#NO재팬’의 물결이다. 이는 일본군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일본 강제침탈의 역사에 저항했던 애국정신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기적으로는 광복절과도 맞물려있었다. 극장가에서는 김복동, 주전장, 봉오동전투와 같은 영화들이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텔레비전이나 온라인에서는 관련주제의 영화 다시보기가 성황을 이룬다는 기사들이 빼곡하다. 특히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여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시민들은 참상에 울컥하고 반성 없는 일본에 분노하고 있다. 독립군 선배들이 일본의 침탈에 처절하게 저항했던 것처럼 백년 뒤 현대적 의미에서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함성이기도 하다.

 내년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여성과 평화 안보’에 관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결의는 전쟁과 내전 등 무력분쟁지역에서의 여성인권보호,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 분쟁예방과 해결과정에서 여성참여 확대를 다룬 유엔안보리 최초 합의이다. 전쟁 및 분쟁상황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되어 온 성폭력의 역사는 불행하게도 매우 길다. 결의 이후 전시상황에서 자행된 성범죄를 전쟁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범죄로 간과해서는 안되며 심각한 전쟁범죄이고 엄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2일과 3일 제1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Action with Women and Peace)’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이니셔티브 일환이며 우리 정부 주도의 정례국제회의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전시 성범죄에 대한 해법찾기로 먼저 분쟁 하 성폭력 피해 여성 및 소녀들을 위한 사업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여성·평화·안보라는 유엔의 중요한 의제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그동안 전쟁의 모든 것들은 ‘남성의 목소리’를 통해 정의되고 판단되었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논의를 통해 전쟁이나 무력분쟁 과정에서 더 이상 여성과 소녀에 대한 성폭력이 전쟁의 무기가 되고 억압의 전술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강한 연대의식을 확인했다.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Action with Women and Peace)’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의제로 자리매김 한 ‘여성·평화·안보’분야에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되었다. 특히 우리 정부나 시민사회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경험을 바탕으로 전시 성범죄자에 대한 불처벌 관행을 종식하고 또한 전후 피해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배상체계를 수립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집중하였다. 우리가 겪어온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뼈아픈 경험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가 준비하고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민족의 아픈 경험이 현재까지도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한 이슈로 남겨진 것은 일본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내부 요인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던 가족들일지라도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똘똘 뭉쳐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국란에 버금가는 경제침탈이 예상되고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역사를 부정하는 막말들을 뱉어내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현 정부를 비난하는 데 온 열정을 쏟아낸다.

 늘 궁금했다. 애국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국가는 어디일까? 아베수상에게 사과하는 엄마는 누구의 엄마일까? 독도는 일본땅이라며 한국인을 나무라는 교수는 어떤 사람일까?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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