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PAF 돋보기] 사이판 만세절벽의 아픔, 음악창작극 ‘꼬마’로 위로한다
[JBPAF 돋보기] 사이판 만세절벽의 아픔, 음악창작극 ‘꼬마’로 위로한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8.29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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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PAF 돋보기]<4>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올려지는 또 하나의 특별한 무대가 있다.

 Interactive Art Compnay 아따가 문화통신사와 협업해 역사 음악창작극 ‘꼬마(연출 정상식·김정배 작)’을 제작, 첫 선을 보이는 것이다. ‘2019 전라북도 공연예술 페스타(JeonBuk Performing Art Festa·JBPAF)’를 통해 공개되는 이 작품은 9월 3일과 4일 오후 7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총 2회에 걸쳐 만날 수 있다.

 역사 음악창작극 ‘꼬마’는 태평양 전쟁 당시 조선인이 사이판 남양군도로 강제 징용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1944년 7월 사이판의 마피산 근처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이 외면하고만 싶은 참혹하기 그지없는 진실된 이야기는 2019년 현재 93세가 된 위안부 할머니와 1944년 당시 18세였던 위안부 소녀 꼬마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JBPAF를 앞두고 만난 김지훈 기획자는 “지난해 휴양차 갔던 사이판에서 위령비를 보고,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며 절벽을 뛰어내려야만 했던 조선인 청년들과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면서 “제 눈 앞에 펼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에 조선인의 비극적인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너무도 가슴이 아팠고, 그 순간부터 꼭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지던 찰나, 김씨는 평소 대화가 잘 통했던 김정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을 제작하는 일에 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당시, 김 작가는 “슬픈 이야기지만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의견을 냈고, 서로의 열정이 맞물려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사이판 강제징용과 관련된 뉴스나 다큐멘터리, 논문 등을 닥치는 대로 조사하고, 찾아 읽으면서 진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속임수로 4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이판에 오게된 조선인 군무원, 달팽이를 삶아 먹을 줄 몰라 생달팽이를 먹고 즉사했던 조선인, 일본의 패망이 다가오면서 식량보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식인이 이뤄졌다는 사실까지….

 김정배 작가는 “여러 사실에 근접하면 할수록 당시 사이판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다는 점이 참혹했다”면서 “우리가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고, 너무 사실적인 접근보다는 은유적인 방식의 표현이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테면, 배우들의 대사 중에 흰 목련꽃이 자주 등장을 한다. 이는 봄이 오기 전에 꽃이 져버리는 봄꽃의 특성을 반영한 은유로, 독립을 간절히 원했지만 이를 보지 못한 조선인들의 모습을 투영한다. 코끼리와 동굴 등도 이번 작품에서 주요한 키워드다. 이 같은 은유의 장치로 반공 영화처럼 메세지를 주입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곱씹어보고, 숙고하며, 참여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자 한 것이다.

광복이 된지도 모르고 동굴 속에서 숨어 살았던 조선인들은 원주민들에게 끌려나와서는 일본말로 “나는 조선인입니다”라고 외쳤다고 전해진다. 그 가슴 찢어지는 이야기를 접하며 김정배 작가는 “지금 우리가 광복이 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김 작가는 “우리는 한반도라는 동굴에 갇혀 지금도 이념논쟁을 벌이고 있지는 않나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면서 “한국이라는 정체성,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작품을 준비하면서 깨닫고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획자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공연을 만들었다”면서 “우리의 슬픈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탠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음악창작극인 만큼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 곡의 이미지도 중요한데, 아따의 멤버인 이상욱씨가 작곡한 창작곡들로 채워진다. 또 공연장 입구에는 지난달 사이판에 직접 찾아가 정신대동굴, 만세절벽, 자살절벽 등 강제징용의 흔적을 담아온 천승환 작가의 사진도 전시해 공연의 의미를 더한다.

 티켓은 전석 2만원이며, 예매는 문화통신사,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며 기타 자세한 문의는 문화통신사(063-282-2527)로 하면 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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