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포커다…세 번째 영화로 돌아온 '타짜'
이번엔 포커다…세 번째 영화로 돌아온 '타짜'
  • 연합뉴스
  • 승인 2019.08.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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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을 배경으로 타짜들의 승부의 세계를 그린 '타짜'가 세 번째 영화로 돌아왔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1편 '타짜'(2006)는 568만명, 2편 '타짜-신의 손'은 401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음 달 11일 추석 극장가에 개봉하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화투를 소재로 한 전편들과 달리 포커를 가져왔다. 1990년대였던 시대적 배경도 동시대로 옮겨왔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인 일출(박정민 분)은 매일 밤 책 대신 트럼프 카드를 잡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포커판에서 실력을 발휘하던 일출은 어느 날 우연히 미스터리한 여성 마돈나(최유화)를 만나 단숨에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러다 마돈나 옆을 지키는 이상무(윤제문)와 포커 대결을 벌이지만, 그에게 속아 포커와 인생의 쓴맛을 배운다. 불어난 빚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일출 앞에 아버지 짝귀를 안다는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등장한다.

애꾸는 거액이 걸린 거대한 판을 설계하고 일출을 포함해 전국에서 타짜들을 불러모은다. 셔플의 제왕 까치(이광수), 연기력을 갖춘 영미(임지연), 기러기 아빠이자 숨은 고수인 권원장(권해효)과 함께 팀으로 뭉친 이들은 돈밖에 모르는 졸부 물영감(우현)을 상대로 수십억이 걸린 판에 뛰어든다.

이번 편 역시 전편들과 같은 구조로 진행된다. 도박에 재능을 가진 젊은 남자 청년이 속임수에 걸려 돈을 모두 잃는다. 그러다가 도박 스승을 만나게 돼 타짜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매료시키는 여성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다. 거액을 따기 위해 계획하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 복수를 위해 최종 보스와 최후의 판을 벌인다.

이 같은 '타짜'의 반복되는 플롯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는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단서 혹은 기시감을 준다. 만화 원작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편들과 다른 점은 포커판의 특성상 손기술을 통한 눈속임이 어려워 다섯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상대를 속인다는 것이다. 서로 특기도 성격도 다른 타짜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친다는 설정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오션스 일레븐'이나 '도둑들' 같은 하이스트 영화가 떠오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주인공 중 가장 평범한 청년인 일출을 공무원 준비생으로 설정해 현시대의 문제를 담아내려 한 점도 보인다. 초반부 일출은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돈으로 한다", "금수저들은 대학까지 마음대로 간다"는 대사를 통해 청년들의 정서를 담아낸다. 그러면서 그는 "금수저나 흙수저나 카드 일곱장 들고 치는 것은 마찬가지다"라며 포커판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그는 곧 이상무에게 속아 그동안 번 돈을 모두 잃는다.

기존 시리즈의 장점에 포커라는 새로운 소재를 동원했지만, 관객이 짜릿함을 느낄만한 장면이나 큰 반전은 찾기 힘들다. 1편과 같은 명대사도 거의 없다. 캐릭터들도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표류한다.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만이 외모부터 범상치 않음을 뽐낸다. 인물 행동의 동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던 1편 등과 달리 이에 대한 설명도 불친절하다.

여성 캐릭터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동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시대적이다. 여성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남성들에게 어필해 원하는 것을 얻고 남성들은 도박에서 이기는 대가로 여성을 얻는 등 여성이 도구적으로 활용될 뿐이다.

최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권오광 감독도 "원작 만화는 훨씬 더 마초적인 세계관을 그리고 있어서 여성 캐릭터가 구시대적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동시에 현실의 도박판을 영화에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영화 마무리한 지금까지도 그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팜므파탈이 등장한다. 그러나 달라진 여성상을 반영하지도, 그렇다고 전편만큼 매력적이지도 않다. 마돈나를 연기한 최유화는 그 미스터리한 매력을 온전히 표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굳이 1편의 김혜수, 2편의 이하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최유화가 연기한 마돈나에게서는 매력도, 카리스마도 발견하기 어렵다. 관객 입장에서는 술 한번 함께 마신 것이 전부인 마돈나에게 모은 돈을 모두 거는 일출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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