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땅
머나먼 땅
  • 선기현
  • 승인 2019.08.28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일갈등해법, 도민에 듣는다

 요즘 선거철이 아닌데도 거리에는 흰색 바탕에 붉은 원 하나 박힌 현수막들이 푸르른 가로수들을 옥조이고 있다.

 전라북도는 1907년에서 1945년 사이에 일제로부터 많은 상처를 입었고, 혹독한 탄압에 의한 상흔들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전통도시 파괴와 식민도시로 인해 성곽도시 옛 땅 이름, 골목의 향수가 사라졌다. 항일투쟁으로 인한 옥살이와 징용과 징병으로 혈육이 단절되기도 했다.

 예술계의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일본의 압박에 의해 제작한 작품들 때문에 문인과 작곡가, 화가, 기타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의 후손들이 달이 가고 해가 간지가 수십 년이 흘렸는데도 벗기 힘든 멍에를 업고 산다. 한반도 땅이 천 번에 가까운 외세침략으로 얼룩진 민족의 트라우마가 그중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메워지지 않고 있다.

 악연인 민족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전북예술인들은 예술문화를 앞세워 한·일간의 교류를 이어왔지만, 모두가 허사로 돌아갔다. 안타까움을 넘어 미움으로 적대감이 치솟는다. 사람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간다는데, 섬나라 일본은 지진, 태풍, 온갖 자연 재해로 체질화된 침략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예술은 국경을 넘는 사랑으로 비유된다. 예술에는 필수조건이 따른다. 창의성과 민족성, 실험정신, 시대정신이다. 이번 일본 국제예술제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한 일부 사진작품들이 일방적으로 철수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전쟁 중에 적군들도 무사통과 시키는 구급용 트럭에 총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돌이켜보면 옛날에도 그들은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들을 무차별 착취해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안 될 일이다. 정치에 매달려서도 안 되고 감정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 우리 예술인 스스로가 자긍심을 고취시켜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냉철하게 곱씹어 볼 일이다.

 

 글 = 선기현(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