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各自)의 ‘수오지심(羞惡之心)’
각자(各自)의 ‘수오지심(羞惡之心)’
  • 김태중
  • 승인 2019.08.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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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생활을 하다 보니 기자의 덕목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배 기자가 입사하면 옛날 옛적 고리타분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기자들의 삶이란 무엇인지, 기자로서의 자세와 덕목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는 당부로 시작한다.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 되어라’란 이야기다. 인간적인 기자가 되기 위한 덕목으론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중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측은지심이란 가엽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타인의 불행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끼는 마음. 즉 동정심, 자비심이다. 기자는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이나 부정과 비리 등을 바라볼 때는 이들의 고통을 ‘내 살을 칼로 저미는 듯한 아픔’, ‘상처가 난 부위에 소금을 뿌린 것 같은 아픔’으로 느껴야 한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을 때는 내가 겪은 일인 마냥 흥분하고 ‘정의의 사도’같이 달려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그것이 ‘기자 정신’이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수오(羞惡)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또 타인의 잘못을 미워한다는 뜻이다. 기자는 우선하여 자신의 모자람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언론인의 수오지심’은 실력을 갖추고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란 이야기다. 사회의 부정과 부조리를 감시하고 비판할 능력,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 대안 등을 언론인이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올바름에서 벗어난 것을 미워하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의(義)를 기자의 덕목으로 갖춰야 한다. 자신과 타인이 정의에서 벗어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 마음, 기자의 수오지심은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에 대항하여 사회정의를 이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현대옥의 수오지심’이란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역의 대표적인 콩나물국밥 브랜드에서 ‘수오지심’을 만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광고에는 현대옥이 식당업에 임하는 자세가 드러나 있었다. ‘식당 주인은 자신 식당의 음식과 친절에 대해 늘 부족함을 느끼고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창업자의 의지다. 광고를 접한 후 전주 현대옥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오상현 대표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오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에게 있어 ‘자기의 제품은 단지 돈 버는 수단을 넘어 자신 자아의 또 다른 발현이며 자존심이며 생명과도 같은 것’이란 신념이다. 자기 제품의 부족함에 대하여 큰 부끄러움과 큰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아주 근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기질과 사업적 자세가 ‘수오지심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국밥이란 현대옥의 명성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대옥의 수오지심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수오지심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신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국 교수의 법무부장관 지명과 딸의 의학논문, 장학금 지급, 대학입학 과정, 사모펀드 가입 등 관련 의혹에 대해 국민적 논란이 크다. 조국 교수가 여러 의혹에 대해 혼란스럽고 어려움이 크겠으나 자신이 지향해온 사회적 정의, ‘수오지심’은 무엇인지 돌이켜 생각해 보길 기대한다. 자신이 주장해온 공평과 공정, 정의가 어긋날 때 후보자 스스로 수오지심의 자세로, 나아가 법학자로서의 양식과 양심에 따라 의혹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인, 기업인의 수오지심과 조국 교수의 수오지심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논하면서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라 했다.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과 타인이 정의에서 벗어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 마음, 이것이 사회정의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김태중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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