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우리 안팎의 ‘오래된 새길’을 찾아나서는 작은 책방
[동네서점] 우리 안팎의 ‘오래된 새길’을 찾아나서는 작은 책방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8.2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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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선희 작가

10평도 안 되는 작은 책방, ‘오래된 새길’. 최근 대표가 직접 쓴 간판 ‘서학동 책방’이 수줍게 달려있는 책방 안은 그야말로 책의 숲이다. 발 디딜 틈과 겨우 두세 사람 앉을 공간을 제외하고는 책으로 가득한 책방을 운영하며 공부하는 정진오 대표는 스스로를 “올해 막 50을 한 해 넘긴 청년”이라고 밝혔다. 도내 한 공중파 방송사에서 기자로, 뉴스앵커로, 시사진단 프로그램 제작자로도 일했던 정 대표, 21년간 근무한 직장을 뒤로 하고 신학대학원에 다닌 지 3년째인 그는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해 묵묵히 준비중이다.

책방을 연 계기를 묻자 정 대표는 2017년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뒤 공부을 하면서 책을 사 보게 된 것이 단초였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로 부족했던 신학 지식을 메우기 위해 정신없이 책을 읽다보니 많은 책이 쌓였고, 집에 두고 혼자 읽기보다는 그리스도교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으로 헌책방을 열게 된 것.

“이곳을 저의 공부방이자 서재이면서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종의 공유경제 또는 책 나눔이라고도 할 수 있죠. 사람들과 ‘함께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신학대학원 과정과 함께해 수업이 비는 시간에 주로 문을 열고 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책방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있었다. 정 대표는 손님에게 관심이 있는 책이나 작가, 분야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직접 책을 골라주기도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서적이 절반, 그리스도교 서적이 절반 정도 있다는 정 대표에게 책을 모은 기준을 물었다.

“앞으로 읽어나가야 할 책들이고, 책방에 오시는 모든 분들과, 앞으로 사역을 같이 할 분들과 함께 읽겠다는 생각으로 퇴직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거듭 읽어야 할 책들도 있고, 한 번은 봐야할 책들도 있습니다. 판매하는 책들이지만 어떤 책은 팔리면 다시 사야할 책도 있습니다.”

책과 사역의 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카프카가 친구에게 쓴 편지서 “책이란 무릇, 우리 안의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구절을 예로 들었다. ‘염분이 낮아진 바닷물과 혹독한 주변의 온도’는 어쩌면 현재 우리 개개인과 교회, 그리고 사회의 모습이 반영됐고, 이를 깨뜨리는 도끼는 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 스승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책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서 책 속에 발견한 위로와 희망을 부둥켜안을 때 자유와 평등,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가 물결치는 성숙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저는 많은 이들에게 일이 기도가 되고 일상이 찬송이 되어 예배당에서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예배가 되는 날들을 원하고, 바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개인이 인간과 사회, 개인과 공동체를 둘러싼 문화와 지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책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망을 발견하고, 이뤄가는 교육 목회를 꿈꿉니다.”

독서 동아리와 더불어 ‘책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경제’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정 대표는 책을 통해 공동체의 성숙과 신학의 길을 함께 꿈꾸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새 길’이라는, 책방 이름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물었다.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의 책 ‘오래된 새 길’의 내용과 직접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새 책과 중고 책을 함께 취급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고요. 진리 그 자체가‘오래된 ‘새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는 옛부터 모두에게 알려져 왔지만 제대로 따르고 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에서 언제나 새 길입니다.”

책의 지혜와 따뜻한 말씀이 햇살과 함께하는 책방 ‘오래된 새길’은 우리 안팎의 ‘오래된 새길’을 찾는 사람들을 향해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이휘빈 기자

오래된 새길(서학동책방)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29-1 영업시간 : 월요일, 수요일 오전~오후 금요일, 일요일 오후(운영시간 지속 변경)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old_new_road >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 / 출판사 비아토르 / 작가 김기석>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의 글은 따뜻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가던 길을 돌이키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김 목사님이 보는 인간은 “인정하기 싫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어떤 것도 인간이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며,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믿어야 하고, 모든 생명은 상호 책임지는 존재임을 인정할 때’ 참다운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바로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거나 그 길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광야의 생수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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