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 놓인 폐지 줍는 노인들
‘열악한’ 환경에 놓인 폐지 줍는 노인들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8.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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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주우며 생계 유지하는 노인 / 최광복 기자
폐지 주우며 생계 유지하는 노인 / 최광복 기자

 “하루 종일 모은 거 팔아봐야 몇천 원 안 하는데 이것도 몸이 성해야 할 수 있는 거여.”

 지난 24일 오후 전주시 서신동 주택 밀집지역에서 만난 유모(77·여)씨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있는 폐지와 빈병 등을 주워 담았다.

 유씨는 박스와 폐지들을 접어 차곡차곡 카트에 쌓으면서도 골목 이곳저곳을 살피며 빈병과 철을 주웠다.

 유씨는 “요새는 벌이가 마땅치 않은 노인들이 많아져서 너나 할거 없이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면서 “덕분에 일찍 나올 때는 새벽 4∼5시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이렇게 모은 폐지 등은 재활용 업체에 1㎏당 50∼70원을 받고 파는 데 하루 종일 모은 거 팔아봐야 3천원도 안된다”며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줍고 다녀야 겨우 10만원 남짓 버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또한 유씨는 “폐지 가격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폐지 줍는 노인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말을 이어가면서도 전봇대와 쓰레기 분리수거함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폐지 등을 놓치지 않았다.

 유씨는 “그나마 나는 주운 물건을 놓을 공간이 있어서 조금 쉴 수라도 있지 이마저도 없는 노인들은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한다”고 “만약 몸이라도 성치 않으면 이것 조차도 못하니 먹고 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씨는 “최근 여인숙 화재 사건으로 숨진 노인들만 봐도 형편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라면서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우리 주변에는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이 생각보다 많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도 행복할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시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관내에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은 총 255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104명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복지 지원 대상이지만 나머지는 이마저도 제외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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