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조국
또 하나의 조국
  • 김남규
  • 승인 2019.08.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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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소비하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무엇이든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피로감을 더해준다. 수많은 정보, 그 안에는 가짜 뉴스를 비롯해 단편적인 정보 때문에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한다.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어김없이 돌아오는 몇몇 원고 요청은 이러한 자유를 빼앗아 간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그렇다. 자유한국당의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 털기, 검증이란 이름으로 동생 가족의 아픈 이야기까지 공개하는 것은 보면 정치인이라는 인간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인다. 그럼에도 조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심각해지고 있다. 펀드나 가족 재산과 관련한 문제는 인사청문회를 빨리 열고 의혹을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러나 조후보자 딸의 대학입학과 관련된 문제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은 조후보자 딸의 대학입학과 대학원 장학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유라를 소환했다. 지난 촛불에서 국민들의 분노의 도화선이 되었던 정유라를 연상케 한 것이다. 나는 당연히 정유라의 부모인 최순실과 조국 후보자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의혹제기만으로 먹먹함이 밀려오는 것은 조후보자가 이른바 강남 좌파라서가 아니고, 청렴한 민주주의 투사가 아니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본질은 다른 데 있다.

 고등학생이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조후보자의 말처럼 “당시 제도가 그랬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없는 문제이다. ‘학부모 인턴십 프로그램’은 위법도 아니고 오히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임이 맞다. 부모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부모들끼리 ‘품앗이 스펙’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는 기회일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이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만들어지고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못한 부모가 능력이 없는 것이다. 단지 자녀의 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넘사벽’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대학교수들이 자기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림으로써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지식인으로서 양심과 영혼마저 팔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조후보의 말은 국민정서에 상처를 주고도 남는다. 그놈의 법, ‘만인(萬人)에게만 평등한 법’의 잣대로 말하는 순간 많은 것이 오버랩(overlap)된다. 사법 농단 주역들, 재벌 총수들의 법, 정치인들과 평범한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법이 현실에서 다르지 않은가? 법학자들은 법의 조문만 외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법 감정’을 살펴야 한다. 법이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법 감정’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조후보자의 자격과 능력은 하루빨리 인사청문회 열어 결정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시간끌기를 하면서 정쟁거리로 만들고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조후보는 국민들의 실망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법 감정이 사법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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