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PAF 돋보기] 배우다컴퍼니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시간…송원 연출의 ‘들어주세요’
[JBPAF 돋보기] 배우다컴퍼니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시간…송원 연출의 ‘들어주세요’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8.25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다컴퍼니는 동시대 연극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한 단체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작집단으로 성장코자 한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창단해 첫 공연을 올리며 그들의 작지만 소중한 목소리를 알리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보다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2019 전라북도 공연예술 페스타(JeonBuk Performing Art Festa·JBPAF)’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올해는 배우다컴퍼니가 기성 공연예술계에 도전장을 내민 큰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JBPAF에서 배우다컴퍼니가 선보일 작품은 청소년 창작뮤지컬 ‘들어주세요(연출 송원·안지완 작)’다. 학교폭력과 따돌림, 청소년의 자살 등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다루며 소수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모두의 책임임을 직면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JBPAF를 앞두고 만난 송원 연출가는 “지역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고 에너지가 만만치 않게 투입됐지만, 스텝진과 배우들까지 모두 지역사람들이 함께하는 책임있는 공연을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들어주세요’에는 각각의 이유로 벼랑 끝에 선 네 명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플을 통해 만나게된 관리자로부터 죽음의 약이 있다는 말에 자살을 결심하며 폐창고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 한동안 서로의 고민을 나눈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에 첫 선을 보인 후 다섯 차례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다듬고, 보듬고, 조금씩 성장시켜 극의 탄탄한 구조를 잡고 완성도를 높였다. 초창기에는 예산 등의 문제로 기성곡들을 넘버로 썼지만, 이후 한 곡씩 솔로 넘버들을 채워가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전체 8곡의 넘버를 창작곡으로 채워내 진정한 의미의 웰 메이드를 이룬 점도 성과다.

 송 연출가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그동안 지역에서 발표된 작품 중에 여성이 멋지게 나왔던 캐릭터가 없었던 것 같아 여성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면서 “꾸준히 남성을 캐스팅했던 배역에 여성을 캐스팅하니 극이 더 잘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권감수성, 성인지적감수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지나쳤던 장면도 대폭 수정을 했다”면서 “학교폭력 장면도 직설적으로 쉽게 풀어내려하기 보다는 상징적, 은유적 방법으로 덧대 폭행 등의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을 최소화하려고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다컴퍼니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매우 성숙했다는 후문이다.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기 전 자체적으로 성희롱 예방강사를 초청해 내부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꽤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스텝진과 배우 등이 ‘누구누구님’이라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말씨와 행동에 신경을 썼다. 과거 연극판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일방적인 질책이나 모욕적인 언행 등을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한 모습이다.

 송 연출가는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함께하고 있는 우리팀 덕분에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준비과정의 힘을 느끼고 있다”며 “어두운 주제지만 전혀 어둡지 않게 표현하고자 했고, 존재만으로도 예쁘고, 소중한 아이, 누군가의 보물이자 사랑스러운 선물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옆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배우다컴퍼니의 ‘들어주세요’는 9월 8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만날 수 있다. 티켓은 SVIP석 3만원·VIP석 2만원이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하면 된다. 청소년가족, 교육자, 단체 등의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다.

 김미진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