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의 사유(思惟)
목은 이색의 사유(思惟)
  • 이창숙
  • 승인 2019.08.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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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58>
목은집, 이색의 시문집으로 1404년에 간행됨
목은집, 이색의 시문집으로 1404년에 간행됨

  마음을 다스리는 사유(思惟)의 세계,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마음공부는 자연의 이치인 듯하다. 고려 후기에 태어나 조선 태조 5년까지, 정치적 격변기에 항상 나라를 걱정했던 대학자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의 마음 씀에 대해 생각해본다.

  목은은 정몽주와 같은 고려의 충신은 물론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인 정도전을 비롯한 걸쭉한 제자를 둔 대학자이다. 정신적 사유를 강조한 그가 남긴 시(詩) 중에 차와 관련된 시는 수십 편에 이른다. 그는 요통·치통·종기와 같은 질병으로 고통에 시달렸다. 혹시 마음의 병을 얻을까. 스스로 몸을 챙기고 고민하며 심성(心性)의 다스림을 중요시했다. 고통에 시달리는 육체, 세속적인 욕망이 일어나는 마음을 시를 쓰고 차를 마시며 달랬다. 번뇌를 없애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여야 할지 고뇌하였다. 그가 말한 군자의 낙(樂)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해진다.

  군자가 평생토록 즐길 낙(樂)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움직이거나 고요히 지내면서 위를 보고 아래를 보아도 조금도 부끄러워할 여지가 없다면 그 가운데 낙이 고이게 된다.”라고 했다. 하루아침의 즐거움은 군자의 낙(樂)이 되기에는 부족하며, 평생토록 즐길 수 있어야 낙이라 할 수 있음을 말한 구절이다.

  또한 군자의 목표가 벼슬길에 나가는 것이건만 “관직과 작위는 나를 귀하게 해주는 것이요, 봉록은 나를 부유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귀하게 해주는 것은 반드시 나를 천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요. 나를 부유하게 해주는 것은 반드시 나를 빈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내가 이런 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은 권한이 나에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소유가 아닌데도 갑자기 나에게 주어질 경우, 그것이 비록 영광스러운 부귀라 할지라도 나로서는 기뻐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러한 것은 기뻐해서도 안 되는 것인데 더구나 평생토록 즐길 낙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관직과 부유함은 평생의 즐거움으로 삼을 수가 없음을 표현했다.

  이에 목은은 평생토록 즐길 낙은 아버지라도 자식에게 줄 수가 없는 것이요. 남편이라도 아내에게서 가져올 수가 없는 것이라 했다. 지극히 친근하고 밀접한 관계 중 부자(父子)와 부부(夫婦)가 있지만, 줄 수도 없고, 가져올 수도 없다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이러한 이치를 몸으로 반드시 실천해 나간다면 밖에서 오는 환란 같은 것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 했다.

  올바른 정도(正道)만이 즐거움이고 가장 가까운 부모와 자식 간의 삶, 부부지간에도 서로가 줄 수가 없으며, 가져올 수도 없음을 말하고 있다. 참으로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글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보여지는 것에 얼마나 익숙한지 가끔 자신의 심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다. 다음은 「점다(點茶)」라는 ‘뜨거운 물로 차를 우리다’라는 시속에서 목은의 마음을 살펴보자.

 

  찬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자마자

  창가에서 뜨거운 물로 차를 우리네.

  찻물로 목을 축이니 오장의 열이 내리고

  뼈에 스미니 나쁜 기운을 쓸어버리네.

  찬 계곡물은 달빛 아래 떨어지고

  푸른 구름은 바람밖에 비꼈구나.

  이미 진미의 무궁함을 알았으니

  다시 내 흐린 눈까지 씻어야겠네.

 

  차의 맛과 느낌을 읊은 시이다. 차를 마시고 싶은 급한 마음이 물씬 풍긴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차를 우려 목을 축이니, 몸속의 열이 다스려지고 나쁜 기운마저 씻겨 눈까지 맑아진다고 하였다. 차의 효능을 떠나 목은은 차를 통해 몸과 마음의 삿된 기운을 씻고 싶었나 보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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