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을 용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을 용기”
  • 박병술
  • 승인 2019.08.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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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韓日) 갈등 해법, 도민에 듣는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과거사 문제로 삐거덕거릴 때도 있었지만, 훌륭한 교역 파트너이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공유해 온 소중한 이웃이었다.

  그러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양국 갈등이 심화되고 나라 안팎의 불안요소가 커져가고 있다. 아베 내각을 향한 반대운동과 극일 캠페인이 빗발치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승자 없는 소모적인 보복만 오가고 있다.

  튼튼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양국의 상황을 보노라면 우려스럽다. 한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당당하고 의연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시민들을 볼 때면 우리의 저력을 새삼 느낀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민족주의적인 감정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대일(對日) 외교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에도시대의 사상가인 이시다 바이간은 “진정한 상인은 타인을 먼저 세우고 자신도 똑바로 서는 것을 생각한다.”고 하였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하다고 한국에 강하게 나온다면, 일본 입장에서도 유리한 결말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가령, 일본 반도체 부품 기업들이 고품질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거나 생산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우리 대기업들에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가 소재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수출 규제 대상이 아닌 품목까지 대체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 좋지 않은 것은 일본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하나의 신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에 전달하며, 양국의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강상중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는 한일 갈등의 해법으로 양국 정부가 서로 자국에 오는 사람을 환영하고 어디를 가도 신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적대와 분노의 긴장을 완화하고 민간의 우호가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교 정상화 이래 양국의 선배 지도자들은 과거사의 그늘을 오롯이 직면하면서도,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양국 국민들도 활발한 문화 교류와 왕래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높여온 게 사실이다.

  수십 년을 어렵게 구축해 온 우호 관계가 무너져서는 아니 될 말이다. 꼬여버린 담장을 허물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으로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위한 길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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