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색채를 연상하며
가을의 색채를 연상하며
  • 이기전
  • 승인 2019.08.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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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색채를 연상 작용으로 보자면 귤색(노랑, 주황), 호박색(진한 노랑), 가죽색(탁한노랑, 갈색), 캬라멜색(밝은갈색), 커피색, 초콜릿색 등으로 볼 수 있다. 귤색은 신맛, 단맛, 향이 맛있는 색을 대표하며 식품의 디자인, 포장과 연관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신나고 경쾌한 색이기에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장소에 사용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잘 익은 호박으로 죽을 쑤어 먹을 텐데 호박색은 다른 색과 비교해 입맛을 돋우는 색이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가을의 멋쟁이들이 차려입고 나올 가죽점퍼의 가죽색은 역시 낙엽이지는 연상과 함께 나무 등 자연을 연상케 한다. 연갈색 캬라멜색은 어떤가? 시골 돌담길 또는 부뚜막의 흙냄새와 함께 고향의 푸근함을 연상케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대표되는 색의 하나 역시 커피색이다. 참 친근한 색이며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철강처럼 강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색이다. 초콜릿색으로는 갈색도 있고 흑갈색도 있다. 중후하고 세련된 그리고 파워 넘치는 남자로 대변되는 색이다. 옛날엔 가을이 오면 영국신사가 되고자 진한 갈색 양복을 맞춰 입기도 했었는데 진한 회색 와이셔츠와 잘 배열해서 입으면 강인함과 중량감이 배어 나오는 색이다.

 색채는 인간의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궁핍해지면 색의 연상이 죽어버린다. 암울한 흑색, 청색시대를 그림으로 표현했던 피카소의 작품에서처럼 생의 가장 어려운 시절에 그렸지만, 지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비싼 그림에 속한다.“진정한 결실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는 그의 말처럼 창공의 푸른색은 피카소의 청색시대에서 벗어나 젊음과 희망의 색으로 연상된다.

 고대에서부터 색채는 그 의미를 생활 속에 적용하고 질서 있는 규범으로도 만들어 사회학, 물리학, 심리학, 미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활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빨간색을 한번 들여다보자 해방 후엔 평화를 거부하는 부정적인 색으로 인식되었지만 2002년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색채가 되어 국민간의 깊은 유대감의 형성과 신명나는 감정을 고조시켰으며 부정적인 색채심리에서 벗어나 빨간색 신드롬을 만들어 내었다.

 색채는 계절에 따른 단순한 유행색이라는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산업에서의 기업의 이미지 홍보, 마케팅, 로고빛깔부분에 응용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간에도 컬러리스트들의 경쟁이 뜨거운데 지금은 상품의 질적 우열보다 색을 보는 시각적 감성이 앞서기 때문이다.

 색채의 문화는 21세기를 선도하는 것은 디지털 산업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직접관계가 있으며 지구촌의 환경문제가 이슈가 되는 사회에서도 색채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색채를 통해 이미지를 연상하고 배우며 살아간다.

 곧 다가올 가을엔 노랑, 분홍, 갈색 계열의 색채를 연상하고 나의 주변을 만들어보자 훈훈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배어 있고 상냥하고 부드러움 그리고 가정적이고 너그러운 분위기를 의미하는 색채의 말처럼 가을을 준비해 보자.

 이기전<전주현대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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