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보물은?
우리 지역 보물은?
  • 박성욱
  • 승인 2019.08.22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지역 보물찾기

학교에서 1박 2일 야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가장 인기 순서 중 하나가 보물찾기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하는 작은 하얀 종이에 도장을 찍고 여러 번 접는다. 일명 보물을 만든다. 그냥 지나가면 잘 보이지 않고 자세히 보고 들춰보면 찾을 수 있는 곳들을 찾아 작게 접은 보물을 숨긴다. 물론 보물을 숨길 때는 아이들 모르게 잘 숨겨야 한다. 아이들 마음은 콩닥콩닥 뛴다. 어서 빨리 누구보다 많이 찾고 싶어 한다. 보물찾기가 시작되면 엄청나게 빨리 뛰어가서 멀리서부터 찾는 아이가 있고 가까운 데서 천천히 조심조심 찾는 아이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어디에선가 ‘찾았다!’ 소리가 들리면 부러워하면서도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고 보물찾기에 다시 집중한다. 보물찾기 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보물 종이를 머그잔, 칫솔, 치약, 양말, 캐릭터 인형 등과 바꾼다. 보물을 찾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하고 보물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재미없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애써 발품 팔고 시간 들여서 찾지 않는다.

사회 시간에 우리 지역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에 관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진행할까 생각하다가 ‘녹두꽃’ 드라마가 떠올라서 갑오동학 농민혁명을 중심으로 수업을 기획했다. 우리 지역에는 동학 농민혁명에 관련된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이 많다. 모두가 소중한 우리 지역 보물이다. 이 보물들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보물과 위인에 관한 생각들

아이들에게 보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금, 다이아몬드, 고려청자, 보석, 멋있는 것, 아주 아주 비싼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보기에 화려하고 멋지고 돈으로 사려면 아주 비싼 것들이었다. 위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위대한 일을 한 사람,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높은 지위, 많이 알려진 유명한 위인들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우리 지역에는 보물과 위인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물찾기는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결국에는 힘들게라도 찾을 수 있어야 재미있다. 그리고 찾은 보물의 의미와 가치를 알고 있어야 진짜 보물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살아온 사람들에 관해서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그 의미와 가치를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지역과 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알게 하고 싶었다. ‘녹두꽃’ 드라마를 본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이어 주어서 수업이 잘 진행되었다. 드라마 ‘녹두꽃’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먹고살 것 없이 빼앗기고 폭력에 눌려 힘들게 사는 민초들이 사람 사는 세상 만들어 보자고 힘을 뭉쳐서 함께 들고 일어났다. 혁명은 한반도 곳곳에 들불처럼 번졌다. 바로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이 위인이고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인들과 문화유산이 소중한 보물이라고 생각된다.

▲보물 지도 만들기

전주 여행 지도를 펼쳤다. 동학혁명군입성비, 싸전다리, 남부시장, 풍남문, 경기전, 전동성당, 동학혁명기념관 등을 찾아서 표시했다. 걸어서 다닐 것을 생각하고 다시 움직일 곳을 순서대로 정했다. 동학혁명군입성비는 완산칠봉 아래에 있고 다른 장소들과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제외하기로 했다. 전주 여행 지도를 기초로 해서 보물 지도를 만들면서 아이들은 남부시장 먹방에 관심이 참 많았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먹을 것이 있으면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인다. 순대국밥, 닭강정, 칼국수, 마카롱, 팥빙수 등 온갖 먹거리들이 쏟아진다. 모둠별로 이야기 나누다가 점심은 순대국밥과 칼국수 두 가지 중 선택해서 가고 간식거리는 자유시간을 이용해서 먹기로 했다. 보물지도에 먹거리 집을 각자 표시했다. 보물지도에 움직일 장소를 순서대로 표시하고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고 나니 아이들 마음은 이미 구름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보물찾기

학교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남부시장을 향했다. 남부시장 입구 싸전다리를 지났다. 다리 밑으로 엄청나게 많은 쌀을 사고파는 ‘쌀전’이 열려서 소리 나는 대로 싸전다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해 주었다. 경기전 앞에서 내렸다. 경기전 문화 해설사로 봉사하고 계시는 6학년 나현이 어머니께서 문화해설을 해 주셨다. 경기전 정전 앞 합각 벽에 있는 암수 한 쌍 나무 거북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전주사고 앞에서 임진왜란 때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안의와 송홍록 이야기는 보물을 지켜낸 사람들의 수고와 헌신을 알게 해 주었다. 여기저기 샛길을 따라 풍남동 은행나무와 전주 동학혁명기념관에 들렀다. 옛날 선비들은 은행나무가 벌레를 타지 않는 것처럼 깨끗하고 청렴하게 살아가라는 뜻에서 향교나 서당 등 공부하는 곳에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동학혁명기념관에는 동학혁명의 과정과 항일민족 운동에 대한 다양한 사진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동학혁명 안내가 쉽게 자세하게 되어 있었다. 조선 시대 신분제, 관리들의 부정과 부패, 외국 세력의 간섭을 없애고 스스로 일어서서 힘을 키워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조선 시대 깃발이 펄럭이는 풍남문 앞에서 동학혁명군들이 여러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꿈을 가지고 희망차게 입성하던 일들을 상상해 보았다. 많이 걷고 듣고 적고 사진 찍고 생각하면서 돌아다녀서 아이들 모두 허기가 졌다. 순대국밥파와 칼국수파로 나눠서 점심을 먹고 청년몰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면서 작고 예쁜 소품, 마카롱, 수제 쿠키, 옛날 문방구 물건 등을 사면서 놀았다.

▲우리 지역 보물은?

보물은 드러나 있으면서도 숨겨져 있다. 삶의 진귀한 보물은 멀리 있지 않다. 현재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바로 그곳에 있다. 우리의 시선이 너무 먼 곳에 있어서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과 살아온 사람들에 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살피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우리 지역 보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평범한 사람들이 뭉쳐서 일으킨 동학 농민혁명과 그 선봉에 섰던 전봉준 장군,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안의와 손홍록, 그리고 그 역사적 장소였던 풍남문, 경기전, 전주사고 등이 소중한 보물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전주의 맛’도 보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