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즙 가공품의 수율은 70%, 건강원에서 잃어버린 50팩은 어떻게?
과일즙 가공품의 수율은 70%, 건강원에서 잃어버린 50팩은 어떻게?
  • 조영수
  • 승인 2019.08.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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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에 사는 A씨는 지인이 농사지었다며 가져온 양파가 많아서 인근 건강원에서 양파즙을 만들었는데 150팩이 나왔다. 그러던 중 옆집 B씨도 양파가 풍년이라며 또 가져와서 그것도 같은 건강원에 가서 양파즙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150팩이 나왔다. “양파의 양도 다르고 품질도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150팩이 나올 수 있느냐”며 건강원에 항의하자 주인은 “몇 개 더 나온 것도 있는데 150개만 담아준다”고 해명했다.

 단 한 개라도 그것은 고객의 것인데 전부 주어야 하는 게 아니며 따졌지만, 주인은 다른 업체도 그렇게 한다며 오히려 따지는 A씨를 나무랐다.

 추출물가공업, 즉 건강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예전부터 있었다. 맡긴 물건이 바뀐다거나 주인이 몰래 제품을 빼낸다거나 하는 악성루머가 초창기부터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제조업을 하는 업체의 견해를 빌어 말하자면 수율이 70%를 웃도는 과일즙의 경우 30킬로 한 솥을 기준으로 200팩 이상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고 양파즙의 경우 그보다 더 나와야 하며 같은 무게를 작업해도 원료에 따라서 매번 수율이 다르게 나오므로 정직하게 작업했다면 매번 제품의 수량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원하시는 분들은 어떨까. 김제에서 건강원을 경영하는 K씨는 건강원도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첫째 고객의 제품 수량에 대한 불만이다. 업체마다 수량이 다르다 보니 서로 비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업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 아예 일정한 숫자로 묵시적인 통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누가 맡기거나 어디에 맡겨도 똑같이 150팩이 나온다면 비교할 수가 없어서 불만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낮은 가공비도 문제이다. 20년 전에도 한 솥 가공비가 3만원이었는데 지금도 3~4만원이라면 얼마나 심한 출혈경쟁이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과일즙 가공에는 추출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저렴한 가공비를 충당하자면 더 많은 양을 가공해야 하므로 일정한 양이 나오면 작업을 끝내고 한 솥이라도 더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건강원업체와 고객 간의 오랜 불신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으며 고가의 원료인 오디나 복분자 블루베리 칡과 같은 제품을 가공하는 경우 50팩의 차이는 5만원에서 10만원의 손실을 줘 오게 되어 소비자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물론 업체에 따라서 충분한 가공비를 받고 양심껏 가공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는 실제 수율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서 생산 수율을 담합하고 있고 소비자는 가공비가 싼 업체를 선호하다 보니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어 선량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신의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는 업체의 합리적인 가공비선정과 양심적인 작업이 선행되고 자신이 맡긴 농산물을 야무지게 챙기는 똑똑해진 소비자의 주장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영수 도민기자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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