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실현 가능할까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실현 가능할까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08.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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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군산기계공고 등 4곳 내년부터 적용 준비 촉박
준비기간 1년 불과 교원수급 등 어려워 부작용 우려

 교육부가 내년부터 전국 마이스터고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도내 학교 현장은 아직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 확보와 교원 수급 등 기본적인 수업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사실상 1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추진되다 보니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20일 “산업현장에 걸맞게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이스터고에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하고, 향후 특성화고와 일반고에도 연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마이스터고는 애초 취업을 목표로 특정학과를 중심의 교육과정이 편성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 적용이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는 게 교육부 판단이다. 지난해부터 추진 계획을 밝혀왔지만, 학교 현장은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허울뿐인 제도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내 마이스터고는 군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한국경마축산고 총 4곳이다.

학교마다 중점으로 하는 산업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이 편성된 가운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과별 심화 과목부터 학과 간 융합학과 등 학생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돼야 한다.

고교학점제로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이 보장된다면 학생 개개인의 커리어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된다.

그러나 현 준비상태로는 교원들의 부담감만 커지고 기존에 없던 과목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교원 부전공 연수 등을 추진 중에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경마축산고 관계자는 “교과목이 다양해지는 만큼 기존의 교원뿐만 아니라 산학겸임교사 등 외부 강사를 초빙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원활하게 제도를 안착시키려면 수업 공간도 확보돼야 하는데 쉽게 추진되긴 어려워 우선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년 고교학점제 적용 대상은 신입생인데 정작 이들의 과목 선택 수요조사는 개학 이후가 진행된다. 고교학점제 취지대로 학생 각자의 진로에 맞춰 수업시간표를 짜고 듣고 싶은 과목을 듣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수강신청 프로그램도 아직까지 개발 중인 상황이고, 올 2학기부터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결국 기존 시스템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다보니 학교현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내년 고교학점제 적용은 시범운영에 불과할 뿐 제대로 안착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 과목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촉박하게 추진된 만큼 학생들의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마이스터고의 경우 두 학급당 교사 1명이 더 배치돼 있고, 운영상 일반 특성화고보다는 나은 편이기 때문에 충분히 기존 시스템 속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이 가능하다”며 “산학겸임교사는 이미 활용되고 있고, 교육부 차원에서 사범대 재직자 특별전형 개설 및 신산업분야 전문가 임기제 채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나아지리라 본다. 내년 신입생들은 대부분 교양중심 과목을 듣고 전공과목은 소수에 불과해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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