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별곡] 수목원으로 돌아온 배롱나무
[식물별곡] 수목원으로 돌아온 배롱나무
  • 소재현
  • 승인 2019.08.21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목원으로 돌아온 배롱나무

  불타는 여름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여 여름을 정열의 극으로 몰아가는 나무가 있으니 일러 ‘배롱나무’, 한자로는 ‘목백일홍(木百日紅), 자미(紫薇)’ 지방에 따라 “간지럼나무, 백일홍나무, 백일홍낭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옛어르신들은 나무줄기가 매끄럽기 때문에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갓집 안채에는 심지 않았던 나무이다. 디딜방아가 남녀교접을 연상시킨다하여 집안에 들이지 않고 골목어귀에 두었던 이유와 유사하다.

 그러나 사찰의 뜰이나 선비들이 공부하는 서원 주변에는 많이 심었다. 사찰의 뜰에 많이 심었던 이유는 배롱나무가 껍질을 다 벗어 버리듯 스님들 또한 세속의 때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수행에 정진 하라는 뜻 이라하고, 선비들의 서원 주변에 심는 것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이라 한다.

  전주수목원에는 곳 곳에 크고 아름다운 명품 배롱나무가 많은데, 이는 수목원에서 재배하여 고속도로에 심었던 나무를 도로확장 공사때 다시 고향 수목원으로 옮겨와서 자라고 있는 것들이다.

  무더운 여름밤에 별을 보고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리운 이때! 배롱나무에 얽힌 전설 한 토막 들어보고 가자.

  옛날 한 여인과 사룡이 서로 사랑하고 있었는데, 섬에 사는 이무기가 이 둘의 사랑을 질투해 싸움을 걸고 나타난다. 사룡은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이무기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게 되는데, “싸움에서 지면 뱃전에 붉은 깃발을 걸고, 이기면 흰 깃발을 걸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다.

  여인은 바닷가 높은 절벽 위에 나가 사룡의 배를 기다렸고, 며칠 뒤 사룡의 배가 나타났는데 뱃전의 깃발이 붉은 깃발이었다. 희망을 잃은 여인은 그대로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진다. 잠시 후 사룡이 탄 배가 바닷가에 도착하여 여인을 찾았으나, 사랑하는 이는 바다에 몸을 던진 뒤였다. “자신을 반겨 맞아야 할 여인이 왜 목숨을 끊었을까?” 의아한 마음으로 뱃전을 돌아보는데, 걸린 깃발이 선명한 붉은빛 이다. 자신의 칼에 찔려 몸부림치던 이무기의 피가 흰 깃발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다.

 여인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는데, 이듬해 봄에 무덤에서는 곱고 매끄러운 껍질의 배롱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고 붉은 깃발에 맺힌 한을 풀기라도 하듯 붉은 꽃이 피어나 오래도록 사룡의 곁에 머물렀다고 한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하여 권력이 십년이상 지속되는 일이 없고 열흘이상 붉은 꽃은 없다며 권력과 세상 아름다운 것들이 유한하지만, 배롱나무의 꽃은 백일을 가니 이러한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또한 배롱나무는 심은 사람이 죽으면 3년 동안 흰 꽃이 핀다는 속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을 잊지 않고 기리는 매우 충직한 나무다.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인데, 벗이나 사랑하는 이가 떠난 후에 그리워하지 말고 떠나기 전에 최선을 다해 보라.

 그들이 항상 여러분 곁에 있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소재현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