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와 청백리 소고(小考)
청문회와 청백리 소고(小考)
  • 안도
  • 승인 2019.08.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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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백리(淸白吏)는 청렴결백의 약칭으로 깨끗한 공직자를 지칭하는 말이며 유교문화권에서 가장 이상적인 관료의 미덕을 표현한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청백리로는 황희(黃喜), 맹사성(孟思誠), 이원익(李元翼)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정직하고 품행이 바르고 엄하며, 결백하고 스스로 분수를 지켰으며, 평소의 생활에서도 반듯하고 꼿꼿하게 살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청백리들은 솔선수범의 본을 보였기에 백성들이 잘 따랐으며 본인의 명예는 물론 자손까지 국가의 특전을 받았다. 반대로 탐관오리들은 자신들이 평소 문란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백성들이 따르지 않고 원성을 높이 샀으며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 본인 처벌과 함께 그 자손까지 벼슬길이 막혀 신분하락의 불이익을 당했다. 조선시대 청백리의 수는 무려 160여 명에 이르는데 장관급인 판서가 30명 이상으로 가장 많다. 이는 그만큼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그 자리를 깨끗하고 공평무사하게 지켜낸 고위직이 많음을 뜻한다.

  그런데 요즈음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 및 정부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7명의 재산이 평균 38억원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7명 중 4명은 2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런 재산을 축적했다고 믿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전 청문회를 보면 위장전입과 전문가를 뺨치는 부동산 투기는 필수항목이요, 논문 표절과 탈세, 탈루, 합법으로 위장한 편법은 선택 사항이 되어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의혹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나와 아무리 캐묻고 괴변으로 답변해도 청문회는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고 버젓이 임명이 되어 행세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다시 청문회가 열린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수없는 청문회를 보고 느끼며 전체적인 소감은 한편의 코미디쇼였다고 한다. 의원들의 자질은 떨어지고 반박할 증거도 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핵심을 벗어난 질문이 수두룩하고 거의 모든 증인은 부정과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의원들의 매너 역시 형편없으며 증인에 대한 정중한 예의는 기대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금도도 없다.

  큰 소리로 윽박지르고 삿대질하고 말투는 거칠고 인격 말살의 언사도 서슴지 않고 반말도 예사다. “미꾸라지” “거짓말하지 말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말귀 못 알아듣나?” 등의 저잣거리에서나 쓰는 말을 내뱉고는 증인의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며 자신의 질문에 혼자 결론을 내놓고 끝내 버린 경우도 많다.

  청문회의 목적도 모르며 심지어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호통도 서슴지 않는다. 낯 두껍고 배짱 좋은 증인은 윽박지르는 의원들과 달리 품위를 지키면서 여유 있게 답변하는 것을 보면서 자칫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증인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그리고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그렇게 집요하게 캐묻고 추궁하더니 여당으로 자리를 바뀌더니 내가 하면 로맨스로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 정신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혈안이 되고 있으니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얻어낸 수확은 무엇일까?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가 청문회의 공식 답변이 되다 보니 청문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지금까지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보고서 채택 여부는 아랑곳없고 청문회가 통과의례로 전락한 마당에서 무엇 때문에 청문회는 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이고,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돼야 한다. 그러므로 청문회는 후보자의 업무적합성에 집중해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국민의 여론과 건전한 상식에 맞춰 만들어야 하고, 그 가이드라인을 통과한 후보자에게는 업무적합성 이외의 사유로 문제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대의정치기구인 의회가 청문회를 통해 적합한 자질의 공직자를 선별하는 청문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전혀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대해선 그 책임을 묻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민은 후보자의 치부가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모범적인 고위공직자를 원한다. 따라서 해묵은 사생활 들추기나 근거 없는 인신공격으로 청문회가 정치인들 야합의 장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면서 품위 있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확립되길 희망한다.

 안도<전북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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