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잠정 보류된 완주군의 원격진료 시범사업 논란
결국 잠정 보류된 완주군의 원격진료 시범사업 논란
  • 김형준
  • 승인 2019.08.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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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의 원격진료 시범사업 추진으로 강원도와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역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완주군이 전북 의료계의 반대로 사업을 잠정보류하고 복지부, 의료계 등과 다시 협의하기로 발표하였다. 앞서 완주군은 운주면, 화산면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재진환자 중 거동불편, 고령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환자 40명을 선정해 원격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원격진료 대상자에게는 공중보건의사가 영상통화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원격 면담을 하고 그 가정에 방문한 방문간호사에게 의료 관련 전문지식 및 치료지침을 제공하여 방문간호사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와 처방약을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전북의사회는 완주군청 앞에서 반대시위를 하는 등 원격의료 시범사업 즉각 반대의사를 내세우며 대응했었다. 전북의사회의 주장에 따르면 원격의료의 도입보다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쏠린 의료자원의 합리적 배분, 환자이송 시스템의 질적 개선 등에서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대면 진료 원칙을 외면한 채 의료를 산업 육성의 도구로 삼아 힘없는 공중보건의를 이용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하려는 음모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면서 원격진료보다는 “진료대상자 환자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해 대면진료를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옳다.”라며 현행법의 대리처방금지와 대면진료와 의약분업원칙을 무시하는 위법이며, 간호사에 의해 처방된 약물에 의한 의료사고시 그 책임을 공보의가 고스란히 떠 앉을 가능성이 매우 커 이러한 제도의 보완이나 법 개정 없이 준군인신분인 힘없는 공보의를 앞세운 위험한 실험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완주군은 진행하려던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은 의료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원래 이 사업은 복지부가 의료 취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자 효과적 관리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전국 9개도 47개 시군에서 진행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었다. 이에 강원도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강원도는 보건지소가 아닌 민간 의원이 참여하였고 의사-간호사가 협력의 개념이 아닌 의사- 환자간의 본격적인 원격진료의 개념이다. 그러나 완주군이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 사업은 엄밀히 말해 ‘원격협진’ 개념이다. 방문간호사가 만성질환자 집에 방문한 상황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화상을 통해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원격으로 의료인간의 협진은 가능하다는 것이 완주군의 설명이다. 완주군보건소 관계자는 “사업 추진 전 법적 검토를 충분히 거쳤고 적법하다는 판단 하에 진행한 것이지만 의사회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충돌이 있지 않게끔 충분히 협의할 것”이며 또한, “다른 지자체도 연관된 문제인 만큼 복지부와 관련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복지부 답변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 의사회와 완주군사이에서 논란은 원격의료의 현행법상 대리처방의 위법성과 의료사고 시 책임범위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사실상 원격의료의 도입에 대한 논란의 본질은 의료계와 보건의료정책 당국 간에 뿌리 깊은 불신에 기인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을 이용해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와 격오지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편리성을 좋게 한다는 취지의 원격의료를 왜 의료계는 반대하는 것일까? 대형 병원 쏠림현상과 문재인케어의 도입, 나아가서 모든 문제의 근원인 원가에도 못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누적된 의료계의 불만이 원격의료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결국 대면진료라는 의료의 본질을 무너뜨려 영세한 동네 의원과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병원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공포심이 의료계에게 그토록 원격의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불러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료의료를 위한 첨단 IT 인프라나 네트워크의 설치, 모바일진료 등 원격의료의 도입은 대기업의 기술과 자본이 필수인 점, 실제로도 현재 대형병원 등은 이미 원격의료를 통한 수익창출 모델의 개발을 마친 상태이며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이미 ‘헬스커넥트’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삼성병원-삼성전자, 연세대병원-KT가 파트너가 되어 원격의료사업을 공동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원격의료도입을 전초기지 삼아 재벌기업들의 의료민영화, 산업화라는 오랜 숙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런 원격의료의 도입이 그 편리성에도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고 대형병원과 재벌기업으로 하여금 의료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시켜 의료비 상승과 의료 공공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의 경고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원격의료라는 편리한 도구가 안정성, 공공성이라는 의료의 본질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올바로 쓰이기 위한 우리 모두의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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