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은 ‘광복’
돌아오지 않은 ‘광복’
  • 박인선
  • 승인 2019.08.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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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시대의 금관-도쿄박물관에 전시된 일본의 국보급유물로 가야고분에서 출토하여 일본에 반출된 우리의 문화재이다.

 팔월이 되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더욱 뚜렷해진다. 식민지 치하에서 살아가기가 막막했던지 가족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어머니는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곳이라고 뾰쪽한 수가 있었을까 싶지만 작은 희망을 안고 무작정 떠난 사람들이 많았던 때였다. 그러나 한낱, 식민지 나라의 유랑민에 불과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지만 설상가상으로 화재로 살고 있던 집마저 잃게 되었다. 일본의 패전이 가까워질 무렵에 귀국선에 올랐다.

 이렇게 돌아온 어머니의 한국생활은 어땠을까? 해방이 되어 우리말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더 이상 한국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벌어진 암울한 현실은 초등학교조차 들어갈 수 없는 우리말이 서투른 이방인이었다. 가족들이 우리말 깨우치기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런 노력으로 1945년 12월 31일에 한글 야학 과정으로 우리말을 터득하게 된다. 비로소 어머니는‘광복’을 맞은 셈이다.

2005년 8월,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어느 언론사에 기고했던 ‘나와 우리 가족의 광복절’에 대한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야학에서의 노력과 가족들의 끈질긴 경험들을 담아냈다. 한 나라의 정체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서 존재한다. 문화의 근본은 언어이다. 일본의 침략은 언어 말살정책과 창씨개명으로 합병이라고 하는 목적에 다다를 수 있었지만 그들의 만행은 잔인함을 넘어 문화의 파괴였다.

 해방을 맞고 국권이 회복되었지만 조금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역사유물에 대한 약탈은 아직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도쿄 국립박물관에는 고려시대 청자를 비롯한 도자기와 고서화를 비롯한 가야시대 유물들이 그들의 국보급 유물로 버젓이 전시되고 있다. 역사를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창녕과 나주지역의 가야시대 고분군들을 무차별 파헤쳤다. 여기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가 박물관으로 유입되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식민지치하를 거치면서 소중한 문화재들이 반출되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가지고 있는 한국문화재가 10만 점이 넘는다고 추정한다.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라고 일컫는 쇼소인(正倉阮)에는 밝혀지지 않은 우리의 문화재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이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반강제적으로 얻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목록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차원에서 우리 문화재의 반환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돌아온 문화재 숫자는 2700여 점에 불과하다. 일본이 국보로 지정한 상당수의 문화재가 우리의 문화재이다. 그들은 식민지배로 빼앗은 전리품을 자신들의 문화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언제까지 끌어 앉고 갈 것인가.

 제국주의 시절 영국으로 들어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자국의 문화재를 반환해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영국의 지식인 중에는 대영박물관은 건물 빼고는 영국의 것이 거의 없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종전을 한 후, 해결하지 못한 약탈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표면화 되면서 일본의 한국문화재의 반환도 늦은 감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거론해야 할 시점이다.

 광복 74주년이라지만 아직도 ‘광복’은 말 뿐이다. 지난 과거사에서 한 발자국도 건너지 못하는 한일관계는 아베 정부가 군국주의적 회복을 꿈꾸면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국면에서 야기되었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무역보복은 그들의 전략에 불과하다. ‘NO 아베’ ‘NO JAPAN’ 우리는 이번 기회에 그들의 야만스런 술책을 돌파하고 박물관에 보관된 한국문화재의 반환도 이행 되어야 한다.

 

글 = 박인선(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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